친구가 자취방을 옮긴다고 해서 아침부터 갔거든. 짐 별로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다 거짓말이더라.
그래도 둘이 붙으니까 두 시간 만에 트럭에 다 실었어.
문제는 그다음이야.
버릴 거 고르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니까. 옮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
친구가 상자 앞에 앉아서 물건을 하나씩 들었다 놨다 하는데, 내가 봐도 다 쓸모없는 것들이거든. 근데 손이 안 떨어지더라.
제일 웃긴 게 밥그릇 하나였어.
이가 나가고 무늬도 다 벗겨진 건데, 버릴 상자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고, 또 넣었다가 또 꺼내더라. 세 번을 그러더라니까.
내가 물어봤어. 야, 그거 뭔데 그러냐?
처음 자취 시작한 날 엄마가 사준 거래. 그 말 하고 나서 그냥 챙겨서 상자에 넣더라.
웃을 일이 아니더라고. 나도 그런 거 있거든.
동아리방 서랍에 못 버리는 종이가 하나 있어. 부장 처음 됐을 때 애들이 장난으로 써준 건데, 글씨도 다 지워졌고 접힌 데는 찢어졌어. 그래도 못 버려.
불나방 그거 코팅해서 붙여놔.
칼손 저러다 진짜 붙인다.
안 붙였어. 서랍에 있어야 서랍 열 때마다 보이잖아.
이사 끝나고 짜장면 먹으면서 그 생각을 했어.
물건을 하나도 안 남기고 싹 버리는 사람이 깔끔한 게 아니라, 못 버리는 걸 하나쯤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직 자기를 아끼는 거더라.
잘 안 풀린 날 다 놓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 그때 하나 남겨두면 돼. 밥그릇이든 종이쪼가리든 상관없다니까.
친구는 새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 밥그릇부터 싱크대 위에 올려놨어. 아직 상자도 안 풀었는데 그거부터 꺼내더라. 나는 그걸 보고 아, 얘는 여기서도 잘 살겠구나 싶었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 오늘 뭐 하나 못 버렸으면 잘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