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저한테 잘해줍니다. 나쁜 소리 듣는 일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저한테 온 연락이 세 번째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날 마음이 조금 내려앉았어요.
누가 저를 싫어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다들 좋게 대해주지요. 그런데도 서럽더라고요. 미움보다 순위 쪽이 더 조용하게 아픈 것 같습니다.
사람을 가장 외롭게 하는 것은 배척이 아니라, 아무도 나를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번 순위가 눈에 들어오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보입니다.
누구를 먼저 불렀는지, 누구한테 먼저 알렸는지 같은 것들이요. 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장면들이 다 자료가 되는 셈이군요. 세지 않으면 안 보이는데 세기 시작하면 사방에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몫도 있어요.
저는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닙니다. 힘들 때 부르지도 않고요. 그러니 상대 입장에서는 제가 그런 자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겠지요. 부르지 않은 사람이 불리기를 기다린 셈입니다.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일순위는 고정된 게 아니에요. 급한 일에는 가까이 사는 사람이 먼저고, 힘든 얘기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마다 여러 개의 목록이 있는 셈이지요. 저는 그 목록을 하나로 합쳐놓고 세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순위 대신 자리로 셉니다.
내가 이 사람한테 어떤 자리인가를 보는 거예요. 급할 때 부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래 얘기할 때 부르는 사람일 수 있고요. 그렇게 보면 제 몫이 아주 없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제가 먼저 부릅니다.
먼저 부르면 그 사람의 목록에도 제가 좀 앞으로 갑니다. 기다리기만 하면 순서는 잘 안 바뀌더라고요.
오늘 누구의 첫 번째도 아닌 것 같아 서러우셨다면, 그건 미움받아서가 아니겠지요. 저도 그 자리에 자주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