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대신 천으로 거르는 방식이 있어요. 오래된 방식인데 지금도 쓰는 가게가 있어요.
천은 종이보다 성기게 짜여 있어요. 그래서 기름 성분이 조금 통과해요.
종이는 기름을 거의 다 잡아요. 그래서 맑게 나오죠. 천은 그 중간이에요. 기름은 어느 정도 통과시키면서 미세한 가루는 잡아요.
부드럽다는 말이 딱 맞아요. 같은 원두인데 각이 깎인 느낌이 나요.
천이 두꺼워서 물이 종이보다 느리게 빠져요.
그래서 원두를 조금 굵게 가셔야 해요. 종이 필터 쓰실 때랑 같은 굵기로 하면 너무 오래 잠겨서 쓴맛이 나와요. 저는 한 단계 굵게 잡아요.
붓는 속도도 천천히 하셔야 해요. 급하게 부으면 천이 물을 못 받아서 옆으로 넘쳐요.
여기서 대부분 포기하세요. 저도 솔직히 그랬어요.
물에 담가둔 융을 보시고 안 빨아도 되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 질문이 정확해요. 융은 세제로 빨면 안 돼요. 천에 세제 냄새가 배면 커피에 그대로 옮겨오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관리해요.
말리면 천이 굳고 냄새가 배요. 그래서 늘 젖은 채로 둬야 해요. 이게 제일 번거로운 부분이에요.
이건 좀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새 융은 천 냄새가 조금 나요. 그래서 처음 몇 번은 맛이 깨끗하지 않아요. 몇 번 쓰고 나면 자리를 잡아요. 그러다 오래 쓰면 구멍이 막혀서 물이 안 빠져요. 그때가 바꿀 때예요.
한 장으로 대략 몇십 번쯤 써요. 저희는 향이 흐려지면 바꿔요.
융드립은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키우는 쪽에 가까워요.
관리를 감당하실 수 있을지부터 보세요. 맛보다 그게 먼저예요.
매일 커피를 내려 드시고 냉장고에 통 하나 넣을 자리가 있으시면 해볼 만해요. 며칠에 한 번 드시는 정도면 종이 필터가 훨씬 나아요. 안 쓰는 동안 관리만 해야 하니까요.
가게에서 융으로 내리는 곳이 있으면 한 잔 드셔보고 정하셔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