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은 뜯어서 물만 부으면 되는데, 그런데도 맛이 안 나올 때가 있어요.
드립백을 컵에 걸고 물을 한 번에 콸콸 부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왜 맹물 맛이 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물이 가루를 통과하는 시간이 짧으면 맛이 안 나와요. 한 번에 부으면 물이 그냥 흘러내리고 끝이에요. 가루를 적시기만 하고 지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봉지에 적힌 대로 해도 밍밍한 경우가 많아요. 봉지에는 대개 물 양만 적혀 있고 어떻게 붓는지는 안 적혀 있거든요.
가게에서 드립백을 만들 때 저희가 안내하는 방식이에요.
두 번째가 제일 중요해요. 처음 부은 물이 가루에 스며드는 시간이 있어야 향이 나와요. 이걸 뜸 들인다고 하는데, 이 삼십 초로 맛이 절반은 정해져요.
이것도 자주 놓치는 부분이에요.
물이 다 내려갈 때까지 두면 마지막에 나오는 거친 맛까지 컵에 들어와요. 봉지 안에 물이 조금 남아 있을 때 빼시는 게 나아요. 아까워서 끝까지 두시면 오히려 손해예요.
연하다 싶으시면 물을 더 붓는 게 아니라 가루를 하나 더 쓰시는 게 맞아요.
이건 도구 문제인데 의외로 많이 겪으세요.
컵이 얕으면 내려온 커피에 봉지 바닥이 잠겨요. 그러면 가루가 계속 물에 담겨 있는 상태가 되고, 그게 쓴맛을 계속 내보내요. 머그잔처럼 깊은 컵을 쓰시는 게 좋아요.
봉지를 걸었을 때 바닥과 여유가 손가락 두 개쯤 있으면 충분해요. 저는 여행 갈 때 종이컵을 쓰는데 그때는 봉지를 좀 일찍 빼요.
드립백은 간편한 도구지 대충 해도 되는 도구는 아니더라고요.
드립백도 이미 갈려 있는 커피예요. 그래서 시간에 더 예민해요.
봉지가 밀봉돼 있어도 뜯지 않은 채로 오래 두면 향은 빠져요. 선물로 받아서 서랍에 두셨다가 반년 뒤에 드시면 밍밍한 게 그래서예요. 눈에 보이는 자리에 두시고 두어 달 안에 쓰시는 게 좋아요.
오늘 한 봉지 쓰실 거면 첫 물 붓고 삼십 초만 기다려보세요. 그거 하나로 꽤 달라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