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자주 오시던 손님이 얼마 전에 이사를 하셨어요. 자취를 시작했다면서, 계산하다 말고 물으시더라고요. "집에서도 커피 마시고 싶은데, 드립백이랑 캡슐이랑 믹스 중에 뭐가 나아요?"
이거 생각보다 많이들 헷갈려 하세요. 셋 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인데 성격이 꽤 다르거든요. 제가 자취할 때 다 써봤으니까, 솔직하게 정리해드릴게요.
믹스는 봉지 하나 뜯어서 뜨거운 물에 타면 끝이에요. 가격도 제일 쌉니다. 손이 하나도 안 가요.
다만 이건 사실 커피라기보다 단맛이 있는 따뜻한 음료에 가까워요. 설탕이랑 프림이 같이 들어 있으니까요.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밤에 뭔가 달달하게 한 잔 하고 싶을 때는 이만한 게 없거든요. 다만 "카페에서 마시던 그 맛"을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제가 자취하는 분들한테 제일 먼저 권하는 게 드립백이에요. 컵 위에 걸치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거든요. 기구도 필요 없고, 다 쓰면 그냥 버리면 돼요.
맛도 믹스보다 훨씬 카페에 가까워요. 원두를 그때그때 내려 마시는 거라, 향이 살아 있어요. 가격은 믹스보다는 있지만 캡슐 기계처럼 목돈 들 일은 없고요.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물을 천천히, 두세 번 나눠 부으면 훨씬 맛있어요. 한 번에 콸 부으면 밍밍해지거든요.
캡슐은 버튼 하나면 카페 비슷한 커피가 나와요. 제일 편하고 맛도 안정적이에요. 대신 기계를 먼저 사야 해요. 그게 몇 만 원에서 그 이상이라, 처음 자취 시작할 때 목돈으로는 좀 부담이죠.
커피를 매일, 하루 두세 잔씩 마시는 분이면 길게 봐서 이득이에요. 근데 "가끔 한 잔"이라면 기계가 아깝습니다.
정답은 얼마나 자주 마시느냐예요. 어쩌다 한 잔이면 믹스나 드립백, 매일 마시면 드립백이나 캡슐. 이제 막 자취 시작하셨으면 저는 드립백부터 권해요. 실패가 없거든요.
사실 자취방에서 마시는 커피는 맛보다 다른 게 커요. 낯선 방에서, 익숙한 향 하나가 나는 거잖아요. 그거면 첫 자취의 밤이 조금 덜 허전해집니다. 어떤 걸로 시작하든, 그 한 잔은 충분히 제 몫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