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주전자를 굳이 따로 사야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아요. 답을 드리자면 도구 중에서는 꽤 중요한 편이에요.
일반 주전자로 내리시다가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필터가 무너진 사진을 보여주신 손님이 계셨어요.
주둥이가 넓으면 물이 뭉텅이로 나와요. 그러면 가루가 파이고 한쪽으로 물길이 생겨요. 물이 그 길로만 지나가서 나머지 가루는 그냥 젖기만 하고 끝나요.
그래서 같은 원두인데 밍밍하게 나와요. 도구가 아니라 물길 문제였던 거예요.
드립포트는 주둥이가 백조 목처럼 가늘고 길어요. 멋으로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셋이 합쳐지면 물을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속도로 놓을 수 있어요. 핸드드립은 결국 그걸 하는 일이거든요.
당장 사실 생각이 없으시면 이렇게 해보세요.
하나, 물을 다른 컵에 옮겨서 붓기. 주둥이가 좁은 계량컵이나 우유 담는 그릇이 있으면 그게 훨씬 나아요.
둘, 주전자를 아주 조금만 기울이기. 많이 기울이면 콸콸 나와요. 살짝만 기울여서 조금씩 흘리시면 돼요. 팔이 아프긴 해요.
셋, 아예 다른 도구로 넘어가기. 물줄기가 필요 없는 도구도 많아요. 프렌치프레스나 에어로프레스는 물을 부어놓기만 하면 되니까요.
세 번째가 은근히 현실적이에요. 도구 하나 사는 값이면 다른 방식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가게에서 여러 개 써봤는데 제가 보는 건 셋이에요.
주둥이가 가늘고 길게 나와 있는지, 손잡이가 무게중심이랑 잘 맞는지, 그리고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지요. 큰 주전자에 물을 조금 넣으면 기울일 때 흔들려요. 집에서 한두 잔 내리시면 작은 게 훨씬 편해요.
온도계가 달린 제품도 있는데 없어도 괜찮아요. 끓이고 삼십 초에서 일 분 두시면 되니까요.
도구를 늘리기 전에, 지금 도구로 물이 어떻게 떨어지는지부터 한 번 보세요.
주전자가 뭐든 원칙은 같아요.
얇게, 낮게, 가운데부터 원을 그리듯이요. 높은 데서 부으면 그것만으로 가루가 파여요. 저는 가게에서 주전자 끝이 가루에 거의 닿을 만큼 낮춰서 부어요.
지금 쓰시는 주전자 주둥이가 넓은지 좁은지만 한번 보세요. 거기서 방법이 갈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