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에 5년을 사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의 "주민 여러분께" 안내문은 매번 읽으셨다고요.
그런데 옆집 사람 얼굴은 이삿날 처음 보셨답니다. 그 분은 5년 동안 옆집 사람의 주민이었지만 이웃은 아니었던 겁니다.
이웃과 주민은 둘 다 같은 동네나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공지를 받고, 같은 길로 다닙니다. 사는 곳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이웃은 가까이 살며 서로 오가는 관계로 부르는 이름이고, 주민은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웃은 오가는 것이 있을 때 생깁니다.
인사를 나누고,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반찬을 건넵니다. 거리가 가까운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로를 알아야 이웃이죠. 그래서 이웃은 이사를 가도 남을 수 있습니다. 예전 이웃과 지금도 연락하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요.
주민은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산다는 사실에 붙는 이름입니다.
서로 몰라도 주민입니다. 관리사무소 공지, 구청 안내, 투표 안내가 주민에게 옵니다. 그래서 주민이라는 이름은 이사를 가면 바로 바뀝니다. 새 동네의 주민이 되는 거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모든 이웃은 대개 주민이지만, 모든 주민이 이웃은 아닙니다. 5년 동안 옆집이 그랬던 것처럼요. 요즘 아파트에서는 이 둘이 더 멀어졌겠지요.
주민이라면 공지를 잘 받는 것이 할 일입니다. 관리비, 공사, 투표 같은 것들이요.
이웃이 되고 싶다면 공지로는 안 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한마디가 시작입니다. 같은 자리에 살아도 어느 이름으로 서 있을지는 내가 고를 수 있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가까이 사는 것은 같습니다. 오가는 것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