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인물이 나와. 갓을 쓰고 남자 옷을 입은 젊은 검객. 목소리를 낮추고, 걸음걸이를 크게 해.
근데 독자는 금방 알아. 여자야. 같이 다니는 주인공만 몰라.
이게 남장 여협이야. 무협에서 꽤 오래 쓰여온 인물이지.
남장하는 이유는 대개 강호가 험해서야.
여자 혼자 길을 다니면 눈에 띄어. 시비가 붙고, 얕보이고, 쫓겨. 남장을 하면 그런 일이 줄어. 무협 공주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궁을 빠져나온 공주도 대개 남장을 하고 나와. 눈에 덜 띄려고.
그리고 자유로워. 남자 옷을 입으면 객잔에 혼자 들어가도 되고, 술을 시켜도 되고, 비무에 나가도 돼.
객잔에서 이 대목을 읽던 손님이 투덜댔어. 저렇게 티 나는데 아무도 모르냐고. 그러자 다른 손님이 받아쳤지. 그게 무협의 약속이래.
맞는 말이야. 웹소설 무협 클리셰 정리할 때 비웃을 게 아니라 약속이라고 했었지. 남장 여협도 그래. 독자는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그 어긋남이 재미야. 언제 들킬까 하면서 읽는 거지.
남장 여협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들키는 순간이야.
싸우다 갓이 벗겨지고 머리가 풀려. 아니면 다쳐서 누가 상처를 살피다가. 주인공이 깜짝 놀라. 같이 술 마시고 같이 싸우던 형제가 알고 보니 여자였던 거야.
근데 잘 쓴 무협은 그 순간 이후에도 관계가 안 무너져. 오히려 더 단단해져. 함께 겪은 시간은 그대로니까.
무협에 여고수는 왜 다 극단에 있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가운데 자리를 안 줘서 그렇다고. 남장 여협은 그 가운데 자리를 스스로 찾아 들어간 인물이야. 남장이라는 방법으로.
그래서 나는 이 인물이 좋아. 정체가 드러나도 그 사람이 한 일은 그대로 남거든.
남장한 인물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 중에 좋았던 거 들려줘. 다들 어떤 표정이었는지가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