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창가에 앉아 있었어요. 건너편 아파트에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지요.
그중 노란 불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집인데 이상하게 그 불빛이 그리웠어요. 뭐가 그리운지도 모르면서요.
보통 그리움에는 대상이 있지요.
사람이든 장소든 시절이든요. 그런데 이날의 그리움은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어요. 엄마가 보고 싶은 것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요. 그냥 무언가가 그리웠어요. 가슴 한쪽이 살짝 아린 느낌이었네요.
이런 그리움은 대개 저녁에 와요.
해가 지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때요. 아니면 비가 그친 직후 젖은 거리를 볼 때도요.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마음이 어딘가로 자꾸 향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어딘가가 어딘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름 없는 그리움은, 아직 만나지 못한 어떤 따뜻함을 향해 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말이 있어요.
독일어에 이런 막연한 그리움을 뜻하는 단어가 따로 있대요.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동경 같은 거요. 그걸 읽고 조금 안심했어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름을 붙일 만큼 많은 사람이 느끼는 거구나 하고요.
쇼펜하우어는 사람 안에 끝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힘이 있다고 봤대요.
채워져도 금방 또 다른 걸 바라게 되는 힘이요. 이유 없는 그리움도 그 힘의 한 모양이 아닐까 싶었어요. 뭔가를 바라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상태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덜 이상하게 느껴졌네요.
예전엔 이런 마음이 들면 뭐라도 하려고 했어요.
누구한테 연락하거나, 뭔가를 사거나요. 그런데 그래도 잘 안 채워지더라고요. 요즘은 그냥 둬요. 창가에 앉아 그 마음이 왔다 가는 걸 지켜보지요. 한참 있으면 저절로 옅어지더라고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리움은 아직 만나지 못한 따뜻함을 향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요.
오늘 저녁은 그 마음을 그냥 창가에 두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