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매일 오는 사람이 있어. 물을 대주는 사람이야.
손님은 아니야. 값을 내는 게 아니라 받아 가니까. 그렇다고 우리 집 일꾼도 아니고. 그런데 매일 와.
아침에 통 두 개를 채워줘. 객잔 물 얘기를 전에 적었어. 우물물이랑 강물을 갈라 쓴다고.
내가 직접 길으면 왕복에 한참 걸려.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나아서 값을 주고 맡기는 거지. 일손 얘기에 사람 한 명 값이 안 나온다고 썼는데, 이건 하루 한 번이라 값이 맞아.
여기가 오늘 적고 싶은 대목이야. 통을 내려놓고 바로 안 가.
늘 같은 자리에 앉아. 문 옆 상이야. 앉아서 한 김 식히고 물 한 잔 마시고 가. 값은 안 받아.
말은 별로 안 해. 날이 어떻다거나 우물이 어떻다거나. 그런데 그 몇 마디가 나한테는 꽤 큰 정보야.
이게 재밌어. 우물은 여럿이 쓰는 데잖아. 그러니까 동네 사람이 다 거기서 만나.
빈 가게 얘기를 적을 때 문 닫은 집이 넷이라고 세었어. 새 가게 얘기에는 며칠 만에 하나가 다시 열렸다고 썼고. 그 두 가지를 다 이 사람한테 먼저 들었어.
하오문 얘기를 전에 적었어. 밑바닥 직업 사람들이 엮여서 정보를 쥔다고. 뱃사공이니 마부니 하는 사람들이 일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썼지. 물 긷는 사람이 딱 그 자리야.
소식을 물고 오는 게 고마워서 값을 좀 더 줄까 했어.
그런데 그만뒀어. 값을 더 주면 소식을 가져와야 하는 일이 되잖아. 그러면 지금처럼 지나가듯 말하는 게 안 될 것 같았어.
전언 얘기를 전에 적었어. 들은 대로만 옮기고 자기 판단은 안 붙이는 게 규칙이라고. 이 사람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거든. 값이 붙으면 그게 흔들려.
객잔은 값을 받는 자리야. 그런데 값 안 내고 앉는 사람도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것 같아.
식객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엔 얹혀사는 게 제도로 있었다고. 그때는 남 얘기로 적었는데 우리 집에도 비슷한 자리가 하나 있었더라고.
손님 아닌 사람도 앉았다 가도 돼. 여긴 그런 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