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어릴 때 같은 사부 밑에서 배운 두 사람이 몇십 년 만에 만나. 근데 반가운 얼굴이 아니야.
하나는 정파가 됐고 하나는 사파가 됐어. 둘 다 칼을 들고 서 있어. "오랜만이다." 그 한마디가 무거워.
무협에서 재회는 대개 반가움보다 무거움으로 그려져.
헤어져 있는 동안 둘은 각자 다른 길을 걸었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은원을 쌓고, 다른 편에 섰어.
은원 얘기를 전에 적었어. 은혜와 원한은 방향만 다른 빚이라고. 재회한 두 사람은 대개 장부가 엇갈려 있어. 한쪽의 은인이 다른 쪽의 원수인 식이지.
그러니까 재회는 옛날의 둘과 지금의 둘이 부딪히는 장면이야.
재회 장면의 핵심은 망설임이야.
칼을 들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 같이 물 긷던 새벽, 같이 혼나던 밤. 대사형 얘기할 때 동생들 챙기던 첫째 얘기를 했었지. 그 대사형이 적이 된 막내를 만나면 칼이 쉽게 안 나가.
그 망설임이 장면을 무겁게 만들어. 독자도 누가 이겼으면 좋겠는지 모르게 돼.
무협 재회 결말은 대개 셋 중 하나야.
하나는 싸워서 한쪽이 쓰러지는 거. 둘은 칼을 내려놓고 화해하는 거. 셋은 아무것도 못 하고 헤어지는 거. 다시 등을 돌리고 각자 길로.
나는 세 번째가 제일 오래 남아. 결론이 안 났으니까. 다음 재회가 또 있을 것 같거든.
객잔에서 옛 동기 둘이 우연히 마주친 적 있어. 둘 다 깜짝 놀라서 반가워했지. 손을 잡고, 어깨를 치고.
근데 서로 근황을 묻고 나서는 한동안 말이 없어졌어. 각자 많이 변했나 봐. 다시 얘기를 시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래도 마지막엔 다음에 또 보자고 하고 헤어졌어.
재회 장면 중에 오래 남은 거 있으면 들려줘. 반가운 쪽이든 아픈 쪽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