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숫가루는 쌀, 보리, 콩 같은 여러 곡물을 볶아서 곱게 간 가루예요. 여름에 얼음 넣고 차갑게 타 먹는 음료로 많이 아시는데, 따뜻한 우유에 풀면 겨울에도 든든하고 고소한 라떼가 돼요. 카페인이 없어서 밤에도 부담 없어요.
늦가을 밤에 손님 한 분이 미숫가루를 따뜻하게 해 달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좀 의아했어요. 미숫가루는 여름 메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따뜻한 우유에 미숫가루를 풀어 드리고, 남은 걸 저도 한 모금 맛봤어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볶은 곡물 향이 따뜻하게 올라왔어요. 저도 모르게 "이거 메뉴에 올려야겠어요" 했어요. 손님이 웃으시면서 "제가 원조예요" 하셨어요.
따뜻하게 마시면 향이 훨씬 잘 올라와요. 앞서 현미녹차 얘기를 드렸는데, 그와 비슷한 구수함이 더 진하게 와요.
미숫가루는 그냥 우유에 넣으면 덩어리가 잘 져요. 순서가 중요해요.
첫째, 컵에 미숫가루를 먼저 넣으세요. 두세 숟가락이면 한 잔이에요.
둘째, 따뜻한 우유를 조금만 부어 숟가락으로 잘 개세요. 걸쭉한 반죽처럼 되면 좋아요.
셋째, 나머지 우유를 조금씩 부으면서 저으세요.
넷째, 꿀이나 설탕을 조금 넣어 단맛을 맞추세요.
거품기가 있으면 한 번 저어 주세요. 훨씬 부드러워져요.
미숫가루 라떼에 에스프레소 한 샷을 넣는 분도 계세요. 고소함과 쌉쌀함이 꽤 잘 어울려요. 다만 밤이라면 커피 없이 드시는 걸 권해 드려요. 미숫가루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으니까요.
저녁을 거른 밤에 한 잔 마시면 속이 든든해져요. 앞서 늦은 저녁 식사 얘기를 드렸는데, 정말 밥 먹을 기운도 없는 날엔 이 한 잔이 꽤 위로가 돼요.
여름 것인 줄 알았던 게 겨울에도 따뜻할 때가 있어요. 오늘 하루에도 그런 반전이 있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