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가죽 가방을 들고 오셨습니다. 손잡이가 떨어졌는데 수선을 맡겼다고요. 새로 사는 것보다 비쌌는데, 이게 좋다고 웃으시더군요. 그러고는 그 가방에 빌린 책을 담아 가셨습니다.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 쓴 물건엔 그동안의 날들이 배어 있죠. 새것은 그 시간을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손에 익었습니다. 앞서 손에 익은 물건을 새것으로 바꿔야 할 때를 다룬 글이 있는데, 익숙한 물건은 쓰는 사람의 몸에 맞춰져 있더군요. 버리는 게 아깝습니다. 아직 쓸 수 있는데 버리기엔 마음이 걸리죠. 고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직접 손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고쳐 씁니다. 앞서 찢어진 책 고치는 법을 적었는데, 찢어진 책장을 붙이고 떨어진 표지를 다시 붙이면 그 책은 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죠. 고친 자국이 남은 책에는 묘한 정이 가더군요.
물건을 고쳐 쓴다는 건 그 물건과의 시간을 이어 가는 일입니다. 낡았다고 끊어 내는 대신, 손을 보태 계속 함께 가는 거죠.
앞서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뜻을 적으며, 니체가 가장 가까운 것들에 좋은 이웃이 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일 쓰는 물건도 그 가까운 것 가운데 하나죠.
그리고 앞서 니체 구원에 대하여 뜻을 적으며 지나간 것을 버리지 않고 품는다고 했는데, 고쳐 쓰는 마음도 그와 닮아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끊어 내지 않고 이어 가는 거니까요.
새것은 시간을 갖고 오지 않는다. 고친 것만이 지나온 날들을 그대로 안고 다음 날로 건너간다.
버리기 전에 한 번 물어보십시오. 고칠 수 있는지요. 수선집이나 수리점이 생각보다 많은 걸 살려 냅니다. 작은 것부터 직접 손보십시오. 단추 달기, 풀칠 같은 것부터요. 고친 자국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 자국도 그 물건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앞서 못 버리고 쌓아 둔 물건을 다룬 글이 있는데, 다 고쳐 쓰려다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손님은 그 가방을 이십 년째 들고 다니신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직장에 다닐 때 산 거라고요. 몇 번을 고쳤는지 모르겠다며 웃으셨죠. 이 가방에 담겨 간 책이 몇 권일지 궁금하다고 하시더군요.
낡은 것을 손보는 일은 시간이 듭니다. 그래도 저는 가까운 것들과의 시간을 쉽게 끊지 않고, 고쳐 쓰며 그 날들을 이어 가는 쪽을 고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