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에 휴대폰에 "3시 김 과장 전화"라고 적어두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날 전화를 잊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석 달 뒤 그 통화 내용으로 다툼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한 줄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답니다. 그 분이 적은 것은 메모였지 기록이 아니었으니까요.
메모와 기록은 둘 다 무언가를 글로 적어두는 일입니다.
휴대폰에, 수첩에, 포스트잇에 적습니다. 적는 행동이 같으니 같은 것으로 여기기 쉽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메모는 나중에 내가 잊지 않으려고 짧게 적어두는 것이고, 기록은 일어난 일을 나중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입니다.
메모는 기억을 돕는 쪽지입니다.
"3시 전화", "우유", "비밀번호 바꾸기" 같은 것들입니다. 나만 알아보면 됩니다. 그래서 메모는 짧고, 일이 끝나면 지워도 됩니다. 메모의 목적은 그 일을 잊지 않는 것이니까요.
기록은 일어난 일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가 들어갑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기록은 메모보다 길고, 일이 끝나도 지우지 않습니다. 기록의 목적은 나중에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석 달 뒤 필요했던 것은 이쪽이었습니다. 통화에서 누가 무엇을 약속했는지요.
적을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같은 한 줄이라도 쓸 자리가 다르면 이름이 달라집니다. 메모로 충분한 일인지 기록이 필요한 일인지를 적기 전에 정하셨다면 좋았겠지요.
메모라면 짧게, 나만 알아보게 적으시면 됩니다.
기록이라면 날짜와 사람, 내용을 함께 적으셔야 합니다. 중요한 약속이라면 통화 뒤에 메일이나 메시지로 한 번 더 남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적기라도 이름에 따라 적을 칸이 달라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적는 것은 같습니다. 나중에 보여줘야 할 수도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