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에 점심으로 무엇을 드셨는지 여쭤봤는데 바로 안 떠오르시더군요. 굶으신 게 아니었습니다.
먹기는 하셨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남지 않은 겁니다.
끼니와 식사는 둘 다 먹는 일입니다.
둘 다 배가 부르고, 둘 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배가 고픕니다. 영양으로도 크게 안 갈립니다. 좋은 것을 급하게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갈리는 것은 그 시간이 나에게 남느냐입니다.
끼니는 비어 있는 것을 채우는 동작입니다.
목적이 배가 부른 상태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는지보다 빨리 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화면을 보면서 먹고, 걸어가면서 먹고, 일하면서 먹습니다.
끼니는 필요합니다. 바쁜 날에 끼니를 챙기는 것은 잘한 일이에요. 다만 끼니만 이어지면 하루에서 그 세 번이 통째로 비게 됩니다.
식사는 먹는 동안 먹는 것만 하는 시간입니다.
무엇을 먹는지 보고, 맛을 알고, 다 먹은 것을 압니다. 그래서 식사는 기억에 남습니다. 오후에 물어봐도 떠오릅니다.
여기서 오해가 있습니다. 식사는 비싸거나 오래 걸려야 하는 게 아닙니다. 편의점 김밥도 앉아서 화면을 안 보고 먹으면 식사가 되지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몇 시간 뒤에 그것이 기억납니까?
기억이 안 난다고 잘못한 게 아닙니다. 다만 하루 세 번이 다 안 남으면 하루가 짧게 느껴지겠지요.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실제로 빨라진 게 아니라 남는 장면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루에서 반복되는 시간 중에 제일 자주 오는 것이 먹는 시간입니다. 세 번이나 있으니까요.
그 세 번이 다 비면 하루가 얇아집니다. 반대로 한 번만 채워도 꽤 달라집니다.
세 번을 다 식사로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대개 안 됩니다.
할 일은 하루에 한 번만 정하는 것입니다. 그 한 번은 앉아서, 화면을 안 보고,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걸 안 하시면 됩니다. 십오 분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두 번은 끼니로 두셔도 됩니다. 한 번이 남으면 하루도 남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배가 찬 것은 같습니다. 몇 시간 뒤에 기억나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