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에 앉은 손님 둘이 한 시진쯤 얘기했어. 웃기도 하고 꽤 친해 보였지.
그런데 끝까지 서로 존대를 놓지 않더라고. 나가면서도 그랬어.
예전엔 이 대목이 빨리 정리됐어. 앉자마자 나이를 물었거든. 그러면 위아래가 정해지고 말이 정해졌지.
요새는 안 물어. 고향 얘기를 전에 적었어. 어디서 왔냐는 말이 첫 마디였는데 요새는 안 나온다고. 나이도 같이 없어진 것 같아.
물어보면 실례가 되는 것 같으니까 안 묻고, 안 물으니까 위아래를 모르고, 모르니까 둘 다 존대를 놓지.
무림에선 나이보다 항렬이 세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스무 살 사숙이 나오는 이유라고.
거기선 이게 문제가 안 됐어. 사문이랑 배분을 대면 말이 저절로 정해지니까. 동문 얘기를 적을 때도 썼어. 십 년 만에 만나도 사형은 사형이라 다시 말 붙이기가 쉽다고.
그런데 지금은 댈 게 없잖아. 소속도 안 밝히고 나이도 안 물으니까 기준이 아예 없는 자리에서 매번 새로 정해야 해.
그러면 둘 다 존대하면 되지 않냐. 그게 지금 답인 것 같긴 해.
그런데 한 시진을 얘기하고도 존대를 놓으면 거리가 안 줄어. 아까 그 둘도 나가면서 다음에 보자는 말은 안 했어. 약조 얘기를 전에 적었어. 날을 안 정하면 대개 안 본다고 썼지.
편해지는 신호가 하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진 것 같더라고.
나는 처음부터 말을 놓고 써.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고 객잔 주인이니까 그렇게 굳었어.
그런데 그게 편한 손님도 있고 아닌 손님도 있어. 싫은 소리 얘기를 어제 적었는데, 주인이 말을 안 건다는 불평이 있었어. 반대로 너무 편하게 군다는 말은 아직 못 들었는데, 안 들었다고 없는 건 아니겠지.
지금 정한 건 이거야. 내가 먼저 놓지도 않고 먼저 올리지도 않아.
손님이 존대하면 나도 좀 맞춰. 편하게 하면 나도 편하게 하고. 그게 답인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손님이 고르게는 해두는 거지.
객잔 소리 얘기를 적을 때도 어느 쪽으로 가도 잃는다고 썼어. 이것도 그런 자리인 것 같아.
나한테는 편한 대로 해. 나는 원래 이렇게 말하는 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