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모임에서 매주 옆자리에 앉는 두 손님이 계셨습니다. 인사는 하는데 이름은 몰랐죠. 석 달째 되던 날, 한 분이 먼저 물으시더군요.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둘이 동시에 웃으셨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같이 나가셨죠.
어른의 우정은 대개 이렇게 느리게 옵니다.
자주 마주칠 자리가 없습니다. 학교는 같은 사람을 매일 만나게 해 줬죠. 어른이 되면 그런 자리가 사라집니다. 시간이 귀합니다. 일과 집안일 사이에 남는 시간이 적으니, 새 사람에게 쓰기가 망설여지죠. 먼저 다가가는 게 어색합니다. 아이 때처럼 "같이 놀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관계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관계들이 줄어 있는 걸 알게 되죠.
어른이 친구가 되는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여러 번 마주친다는 거죠.
필사 모임의 두 손님처럼요. 처음부터 친해지려 한 게 아니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꾸준히 왔을 뿐이었습니다. 그게 쌓여 어느 날 이름을 묻게 된 거죠.
강좌 수강생들. 앞서 도서관 강좌 신청하는 법을 적었는데, 몇 주짜리 강좌가 끝나고도 따로 만나는 분들이 있더군요. 독서모임 사람들. 책을 매개로 하면 처음 말 꺼내기가 쉬워집니다. 같은 시간대 단골들. 매일 아침 같은 열람석에 앉는 분들끼리 눈인사가 생기고, 그게 대화가 되기도 하죠.
차라투스트라는 벗에 대해 따로 이야기합니다. 좋은 벗은 그저 편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더 높이 끌어올리는 사람이라고요. 그래서 벗을 얻으려면 먼저 제가 누군가의 벗이 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어른의 우정이 느린 까닭이 여기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벗을 찾는 자여, 먼저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어라. 길이 겹치는 곳에서 벗은 저절로 걸어 나온다.
정기적인 자리를 하나 만드십시오. 매주 같은 시간의 모임, 강좌, 운동 무엇이든 좋습니다. 석 달은 꾸준히 가십시오. 어른의 우정은 대개 그쯤에서 싹이 틉니다. 이름을 먼저 물어보십시오. 작은 질문이 문을 엽니다.
그 두 분은 요즘 필사 모임이 끝나면 같이 차를 마시러 가십니다. 서로 고른 문장을 바꿔 읽기도 하시더군요.
새 친구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저는 같은 자리에 여러 번 가는 쪽을 고르고, 그 자리에서 이름 하나를 먼저 묻는 용기로 제 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