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보 기사를 봤습니다. 화면에 규모는 숫자 하나로, 진도는 지역마다 다른 로마 숫자로 나란히 떠 있었습니다.
댓글에는 "숫자가 왜 둘이냐"는 질문이 줄줄이 달려 있더군요. 헷갈리실 만합니다. 두 숫자는 같은 지진을 말하지만 재는 것이 다르니까요.
규모와 진도는 둘 다 지진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려주는 말입니다.
속보에 함께 나오고, 둘 다 클수록 위험합니다. 그래서 한 숫자의 다른 표기처럼 여기기 쉽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규모는 지진 자체가 낸 에너지의 크기이고, 진도는 어느 장소에서 사람과 건물이 느낀 흔들림의 정도입니다.
규모는 땅속에서 지진이 일어날 때 나온 에너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지진 하나에 규모는 하나입니다. 어디에서 보든 같은 숫자가 나오죠. 속보에서 소수점 한 자리까지 적힌 숫자가 대개 규모입니다.
진도는 특정한 장소에서 흔들림이 얼마나 컸는지를 나타냅니다.
같은 지진이라도 진앙에서 가까운 곳은 크게 흔들리고 먼 곳은 약하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진도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진도를 로마 숫자로 적는 12단계로 발표합니다.
댓글의 질문은 여기서 풀립니다. 숫자가 둘인 것이 아니라, 하나는 지진의 것이고 나머지는 각 지역의 것인 겁니다.
속보를 보실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봐야 할 것은 진도 쪽이겠지요.
규모는 그 지진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를 알려줍니다. 뉴스의 크기를 가늠하는 숫자입니다.
진도는 내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구체적인 행동 요령은 기상청과 재난 안내를 따르시면 됩니다. 저는 두 숫자의 이름이 어디서 갈리는지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크기를 말하는 것은 같습니다. 장소마다 다른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