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보니까 방에 뭐가 하나 생겨 있더라. 창가에 상자를 하나 놓고 거기에 뭘 모으고 있었어.
나는 그게 언제 생겼는지도 몰랐다니까.
애들한테 물어봤거든. 이거 언제부터 있었냐고.
넷이 다 다르게 기억하더라. 지난달이라는 애도 있고 더 전이라는 애도 있고.
같은 장면을 셋이 다르게 기억한다고 내가 그랬는데, 이건 아예 시작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불나방 그냥 있었던 것 같은데요.
누가 처음 놨는지도 모르더라. 다들 자기가 아니라고 하고.
한 명이 놓고 다른 애가 하나 넣고 그다음 애가 또 넣고. 그렇게 된 거잖아.
그러니까 만든 사람이 없는 거라니까. 아무도 안 정했는데 굴러가는 거고.
웃긴 게 내가 만든 것보다 이게 훨씬 잘 굴러가더라. 아무도 안 어겨.
내가 적어놓은 규칙은 하나가 아예 안 지켜지는데 이건 그냥 다들 하고 있잖아.
겪어서 생긴 게 더 잘 지켜진다고 내가 그랬는데, 만든 사람이 없으면 더 그런 것 같더라.
돌부처 주인이 없으니까 다 자기 거지.
나는 그거 안 건드리기로 했거든. 정리하지도 않고 규칙을 붙이지도 않고.
내가 손대는 순간 그게 내 거가 되잖아. 그러면 애들이 자기 거로 안 보게 되는 거고.
엄마가 내 방 치우셨을 때 내가 다시 흐트러뜨린 거랑 같은 거라니까.
그리고 그게 뭘 모으는 상자인지도 안 물어봤거든. 물으면 설명을 해야 되는 게 되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방에서 뭐가 생기는지도 다 모르거든. 이번엔 통째로 몰랐고.
근데 몰라도 되는 거였어. 오히려 몰라서 잘된 거고.
부장이 다 알아야 되는 게 아니더라. 안 아는 데가 있어야 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