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 시에 기계가 멈춘 날이 있었어요. 그날 나간 메뉴가 드립이랑 차뿐이었어요.
에스프레소 기계가 멈추면 메뉴판의 절반 이상이 못 나가요.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가 전부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하니까요. 그날 저는 문 앞에 종이를 붙였어요. 기계가 고장 나서 드립과 차만 가능하다고요.
그런데 돌아가시는 분보다 드립을 시키시는 분이 더 많았어요. 그건 좀 의외였어요.
갑자기 멈추는 경우는 드물어요. 며칠 전부터 뭔가가 달라져요.
첫 번째가 제일 빨라요. 매일 듣는 소리라 조금만 달라져도 알겠더라고요. 그날도 이틀 전부터 소리가 이상했는데 제가 넘겼어요.
한 번 겪고 나서 몇 가지를 만들어뒀어요.
드립 도구를 늘 준비해둬요. 기계가 없어도 커피는 나갈 수 있게요. 그날 이후로 드립 손님이 오히려 늘었어요.
수리 연락처를 눈에 보이는 데 붙여뒀어요. 급할 때 찾으면 늦더라고요.
안내 종이를 미리 만들어뒀어요. 그날 손으로 쓰느라 십 분을 썼어요.
수리 기사님한테 들은 얘기인데 남더라고요.
고장의 상당수가 관리에서 온대요. 물때가 쌓여서 막히고, 우유가 굳어서 노즐이 안 열리고, 찌꺼기가 쌓여서 압력이 안 잡히고요. 갑자기 부서지는 경우는 오히려 적다고요.
그래서 저는 매일 하는 청소를 안 미뤄요. 귀찮은 날에도 그건 해요. 하루 멈추면 그날 매출보다 훨씬 큰 게 날아가거든요.
기계는 갑자기 죽지 않고 며칠 전부터 말을 걸더라고요. 제가 못 들었을 뿐이에요.
가정용 머신이나 캡슐 기계를 쓰시면 이 얘기가 그대로 적용돼요.
소리가 달라지거나 물줄기가 가늘어지면 그때가 손볼 때예요. 그냥 쓰시면 어느 날 안 켜져요. 대개 물때 제거만으로 해결되는데, 미루면 부품이 상해요.
집에서 쓰시는 기계가 이상하면 소리부터 들어보세요. 대개 먼저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