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왁자지껄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가 떠올라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대셨다고요. 그 분은 외로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혼자 사는 원룸에서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 편의점 직원의 "봉투 필요하세요?"에 괜히 길게 대답하셨답니다. 그분은 누군가가 그리웠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그리움과 외로움은 둘 다 누군가가 곁에 없어서 드는 마음입니다.
가슴 한쪽이 비고,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고, 밤이 길게 느껴집니다. 혼자라는 느낌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그리움은 특정한 한 사람이나 대상이 보고 싶은 마음이고, 외로움은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리움은 한 사람을 향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채워지는 마음이 아니죠. 그 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그리움은 북적이는 자리에서도 옵니다.
그리움과 미련, 그리움과 향수, 애틋함과 그리움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외로움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외로움은 특정한 누군가를 향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말을 나누고 싶었던 거죠. 편의점 직원에게 길게 대답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마음이 닿으면 조금씩 채워집니다.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소외감, 외로움과 심심함의 차이도 전에 다뤘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리움을 외로움이라고 부르시면 사람을 더 만나도 채워지지 않아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날 버스에서 필요했던 것은 친구들이 아니라 그 된장찌개였겠지요.
그리움이라면 그 사람에게 닿는 길을 찾으시면 됩니다. 연락하거나, 함께한 기억을 꺼내 보거나요.
외로움이라면 마음을 나눌 자리를 하나 만드시면 됩니다. 꼭 깊은 관계가 아니어도 말이 오가는 자리면 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곁이 빈 것은 같습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