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내내 소파에 누워 계셨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외롭다"는 생각에 친구를 불러내셨다고요.
그런데 친구가 와서도 둘이 각자 휴대폰만 봤답니다. 친구가 퍼즐을 꺼내자 그제야 기분이 풀렸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비어 있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할 일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심심함입니다.
외로움과 심심함은 둘 다 혼자 있을 때 무언가 빈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휴대폰을 자꾸 보고,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어집니다. 빈 느낌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외로움은 마음을 나눌 사람이 곁에 없어서 드는 감정이고, 심심함은 시간을 채울 거리가 없어서 드는 감정입니다.
외로움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할 일이 많아도 옵니다. 바쁜 하루 끝에도 외로울 수 있죠. 그리고 사람이 곁에 있어도 마음이 닿지 않으면 남습니다.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소외감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심심함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심심함에는 거리가 필요합니다.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없어서 드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심심함은 사람이 와도 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이 각자 휴대폰만 보던 시간이 그랬죠. 퍼즐이라는 할 일이 생기자 풀렸고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심심함을 외로움이라고 부르시면 사람을 불러도 채워지지 않는 오후가 됩니다. 그날 친구를 부른 것보다 퍼즐이 먼저 답이었던 셈이겠지요.
외로움이라면 마음을 나눌 사람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함께 있는 것보다 이야기가 닿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심함이라면 할 거리를 찾으시면 됩니다.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오후를 채울 것이 분명해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빈 느낌은 같습니다. 사람이 비었는지 할 일이 비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