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 롱블랙이 있으면 아메리카노랑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세요. 차이는 순서 하나예요.
들어가는 재료는 같아요. 에스프레소랑 뜨거운 물이요.
이게 전부인데 결과가 꽤 달라요. 두 잔을 나란히 내드렸더니 한 모금씩 드시고 이게 더 진하다고 하신 손님이 계셨어요. 롱블랙 쪽이었어요.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에스프레소 위에는 크레마라는 얇은 거품층이 있어요. 여기에 물을 부으면 그게 깨져서 흩어져요. 반대로 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크레마가 위에 그대로 떠 있죠.
크레마에는 향이 많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롱블랙은 코로 오는 향이 더 세고, 첫 모금이 진하게 느껴져요. 실제 농도는 거의 같은데도요.
이건 작은 차이인데 있긴 해요.
물을 먼저 담으면 잔이 미리 데워져요. 그 위에 에스프레소가 얹히니까 커피가 덜 식죠. 반대로 찬 잔에 에스프레소를 넣고 물을 부으면 처음부터 온도가 떨어져요.
가게에서는 어느 쪽을 만들든 잔을 미리 데우니까 이 차이가 작아지긴 해요. 집에서는 꽤 느껴지실 거예요.
도구를 새로 사실 필요가 없어요. 순서만 바꾸시면 돼요.
잔에 뜨거운 물을 먼저 팔 부분쯤 담으시고, 그 위에 진하게 내린 커피를 천천히 부으세요. 숟가락 등을 타고 흘리시면 크레마가 덜 깨져요.
드립으로 내리신 커피에도 통해요. 크레마는 없지만 위에서 부으면 향이 훨씬 잘 올라와요.
재료가 같아도 순서가 다르면 다른 음료가 되더라고요. 커피에서는 이런 게 꽤 많아요.
취향이에요. 저는 아침에는 롱블랙, 오후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향이 확 오는 게 좋으시면 롱블랙이, 부드럽게 풀린 게 좋으시면 아메리카노가 맞아요. 물을 더 붓거나 얼음을 넣으면 어차피 비슷해지고요.
아메리카노가 밍밍하게 느껴지신 적이 있으시면 다음엔 순서를 바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