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가 귀찮다고 하시는데, 좋아하시던 것도 며칠째 안 하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싫은 일이 안 되는 것은 흔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까지 안 되면 이름이 다릅니다.
무기력과 귀찮음은 둘 다 몸이 안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둘 다 미루게 되고, 둘 다 미루고 나면 마음이 안 좋습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귀찮음과 하기 싫음도 이 근처였죠. 그러면 이 둘은 무엇이 갈릴까요?
좋아하는 것도 안 되느냐입니다.
귀찮음은 특정한 일이 하기 싫은 상태입니다.
설거지, 서류 정리, 연락하기요. 그 일이 번거로워서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됩니다.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더 하게 되고요.
귀찮음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하기 싫은 일은 원래 하기 싫으니까요.
무기력은 어떤 일이든 손이 안 가는 상태입니다.
좋아하던 것도 안 됩니다. 재밌던 것이 재미가 없고, 보던 것도 안 켜게 되죠. 대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기력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힘 자체가 안 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좋아하시는 일은 지금 할 마음이 드십니까?
설거지만 안 되면 앞쪽이고, 좋아하던 것까지 며칠째면 뒤쪽이겠지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무기력을 귀찮음이라고 부르면 게으른 사람이 됩니다. 그러면 다잡으려고 하죠. 그런데 힘이 없는 상태에서 다잡으면 더 지칩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무기력과 게으름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방향이 반대인 것을 하나로 부르면 손댈 데를 못 찾더군요.
귀찮음 쪽이면 크기를 줄이시면 됩니다. 설거지 전부가 아니라 컵 하나만 씻는 식으로요.
무기력 쪽이면 할 일은 다잡는 게 아닙니다. 몸을 먼저 보는 것입니다. 잠과 끼니와 볕이요.
그리고 이건 꼭 말씀드려야 합니다. 이 상태가 몇 주 이상 이어지거나 잠과 식사가 같이 무너지고 있으면 제 자리가 아닙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안 움직여지는 것은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되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