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지금도 연락처를 안 지웠다고 덧붙이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름을 정합니다. 지난 일을 떠올리는 것과 아직 붙들고 있는 것은 다르니까요.
미련과 아쉬움은 둘 다 지난 일이 떠오르는 상태입니다.
둘 다 그때가 다르게 갔으면 하고, 둘 다 가끔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하나로 쓰이는데, 지금이 다르죠.
아쉬움은 지나간 일이고 미련은 아직 안 끝난 일입니다.
아쉬움은 이미 지나간 것을 떠올릴 때 오는 감정입니다.
그때 그렇게 할 걸 하는 마음이죠. 다만 지금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끝난 것으로 정리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쉬움은 떠올려도 무겁지 않더군요. 오래 지나면 오히려 좋은 기억 쪽으로 가기도 하고요.
미련은 그 일이 내 안에서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락처를 안 지웠고, 그 자료를 안 버렸고, 가끔 확인합니다. 손댈 여지를 남겨둔 겁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집착과 비슷해 보이는데 다릅니다. 집착은 대상이 없어졌는데 붙드는 것이고, 미련은 아직 문이 닫혔는지 아닌지를 스스로도 모르는 상태겠지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시겠습니까?
답이 바로 안 나오시면 그것도 답입니다. 아직 안 정하신 거니까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미련을 아쉬움이라고 부르면 정리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면 닫는 동작을 안 하죠. 연락처는 그대로 있고, 가끔 확인하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그 상태로 몇 년이 갑니다. 끝난 것도 아니고 이어진 것도 아닌 채로요.
아쉬움 쪽이면 할 일은 없습니다. 그냥 떠오르게 두시면 됩니다.
미련 쪽이면 할 일은 잊으려 애쓰는 게 아닙니다. 닫을지 열지를 한 번 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해보실 거면 해보시고, 아니면 남겨둔 것을 정리하시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정하면 끝납니다. 안 정한 채로 두는 것이 제일 오래 가더군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떠오르는 것은 같습니다. 되돌리겠느냐에 답해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