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책을 삼 년째 못 받으셨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한테 말은 못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책값이 아까운 게 아니었습니다. 달라고 말하는 자리가 어려우신 거였죠.
빌려 간 쪽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잊었거나, 다 안 읽어서 미루고 있거나, 언제 돌려줘야 하는지 몰랐거나요.
기한이 안 정해져 있으면 언제 돌려줘도 되는 것이 됩니다. 앞서 도서관 연체가 줄어든 이유를 적었는데 그 반대 자리죠. 날짜와 알림이 있으면 사람은 돌려주고, 없으면 잊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라 정해두지 않은 쪽에 가깝습니다.
가장 잘 듣는 게 이겁니다. 언제쯤 돌려달라고 말해두는 것.
다음 달쯤에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 한마디가 있으면 나중에 말 꺼내기가 훨씬 쉬워지죠. 약속했던 걸 확인하는 게 되니까요. 안 정해두면 없던 규칙을 나중에 만드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붙이시면 더 좋습니다. 다시 볼 책이라고 하시면 상대도 무게를 알죠.
이건 제가 실제로 쓰는 기준입니다.
앞서 다시 읽을 책 고르는 기준을 적었는데, 두 번 볼 책은 안 빌려줍니다. 밑줄과 메모가 있는 책도요. 그런 책은 대신 어느 책인지 알려드리고 도서관에서 빌리시라고 합니다.
그러면 안 돌아와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납니다. 관계도 안 상하고요.
말 꺼내기가 어려워진 상태죠. 앞서 틀린 걸 알고도 못 고치는 마음을 적었는데, 미룬 만큼 값이 오르는 건 여기도 같습니다.
그래도 방법이 있습니다. 책 얘기로 꺼내시면 됩니다. 그 책을 다시 볼 일이 생겼다고요. 따지는 말이 아니라 필요해서 찾는 말이 되죠.
그러고도 안 돌아오면 그건 그냥 두시는 게 낫습니다. 책 한 권과 관계를 바꾸는 건 남는 게 아니니까요.
빌려주는 일에 규칙이 없으면, 돌려받는 일이 부탁이 된다.
그 책은 우리 관에 있었습니다. 그날 빌려 가셨죠.
그리고 그 사람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도 한 가지 답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