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일이 고마웠다고 몇 달 지나서 말씀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말이 안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이 오래 남았습니다.
고마운 걸 몰라서가 아닙니다. 대개 이 셋 중 하나죠.
그 순간에 다른 감정이 먼저 옵니다. 미안함이나 당황이 먼저 차면 고맙다는 말이 뒤로 밀립니다. 앞서 호의를 잘 못 받는 성격을 적었는데, 그쪽과 붙어 있는 자리고요. 말이 가벼워 보일까 봐 못 합니다. 이 정도 말로는 모자란 것 같아서 더 좋은 말을 찾다가 때를 놓치시죠. 감정이 늦게 도착합니다. 앞서 화가 난 걸 나중에 아는 성격을 적었는데, 고마움도 늦게 오는 분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아직 안 느끼신 겁니다.
많이들 이걸 걱정하십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고맙다는 말은 예의에 가깝습니다. 안 하면 이상하니까 하는 쪽이죠. 듣는 사람도 그렇게 받고요.
그런데 몇 달 뒤에 오는 말은 다릅니다. 그동안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같이 옵니다. 그건 그 자리에서는 못 주는 것이죠.
제일 아까운 게 이겁니다. 늦었으니 이제 이상하겠다 싶어 아예 안 하시는 것.
받는 쪽에서는 안 한 것과 늦게 한 것의 차이가 큽니다. 늦은 말이 어색한 건 하는 쪽뿐이고요. 듣는 쪽은 대개 반갑습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늦었다는 말을 앞에 붙이시면 됩니다. 그때 말을 못 했다고 한마디 얹으시면 어색함이 거기서 다 풀리죠.
연습으로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짧은 말을 하나 정해두십시오. 좋은 말을 고르려 하지 마시고요. 고맙다는 네 글자면 충분합니다. 앞서 말주변 없는 성격을 적었는데, 미리 정해둔 말은 당황해도 나옵니다.
나중에 다시 하셔도 됩니다. 그 자리에서 짧게 하고 나중에 제대로 하시면 되죠. 한 번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늦게 도착한 말은 늦은 만큼 오래 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저는 그날 일을 기억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해주셔서 생각이 났죠. 늦게 온 말이 없던 일을 되살린 셈이니, 그게 늦은 것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