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루왁은 인도네시아의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출한 씨앗을 씻어서 볶은 원두예요.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알려져 비싸게 팔려요. 그런데 저희 가게에서는 이 원두를 팔지 않아요.
손님 한 분이 여행 다녀온 친구한테 받았다며 코피 루왁 봉지를 들고 오셨어요. "이거 내려 주실 수 있어요?"
내려 드리긴 했어요. 그런데 내리면서 이 원두 얘기를 해 드렸더니, 손님이 봉지를 한참 들고 계시더라고요. 맛을 보시고는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하셨어요. 솔직히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처음 이 원두가 귀했던 이유는 단순해요.
희소하고 신기하니까 값이 올라갔어요. 문제는 그다음부터예요.
값이 오르자 사향고양이를 좁은 우리에 가둬 놓고 커피 열매만 먹이는 농장이 생겼다는 보도가 여러 번 나왔어요. 야생에서 고양이가 스스로 고른 잘 익은 열매가 아니라, 억지로 먹인 열매에서 나온 원두인 거예요.
게다가 진짜 야생에서 나온 건지, 가짜가 섞였는지 사는 사람이 구별하기가 거의 어렵다고 해요. 저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확인할 수 없는 걸 손님께 비싼 값에 드릴 수는 없었어요.
맛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값을 할 만큼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이건 제 혀 기준이에요.
비싸고 신기한 커피가 궁금하신 마음은 알아요. 그럴 땐 다른 길도 있어요.
첫째, 품종이 독특한 원두를 찾아보세요. 게이샤 같은 품종은 맛 자체로 특별해요.
둘째, 가공 방식이 특이한 원두를 드셔 보세요. 발효를 다르게 한 원두는 향이 놀라울 만큼 달라요.
셋째, 산지가 분명하게 적힌 원두를 고르세요. 누가 어디서 길렀는지 알 수 있는 커피가 결국 믿을 만해요.
이야기가 좋은 커피보다 떳떳한 커피를 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카운터에서 지키는 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