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카페 테이블에서 김장 얘기가 들려요.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손님들은 벌써 날짜부터 맞추세요. 카운터에서 들으면 김장은 김치를 담그는 날이기 전에 가족이 모이는 날을 정하는 일 같아요.
어느 저녁에 세 자매 손님이 오셨어요. 테이블에 앉자마자 각자 휴대폰 달력을 꺼내서 서로 보여주셨어요.
"이 주말은 안 돼, 출장이야." "그다음 주는 애 학원 행사가 있어." 한 시간 넘게 맞춰 보시다가 결국 못 정하셨어요. 마지막에 막내분이 그러셨어요. "엄마한테 정해 달라고 하자." 다들 웃으면서 바로 동의하셨어요. 그게 제일 빠르대요.
김장 얘기를 듣다 보면 비슷한 말이 나와요.
세 번째 얘기가 요즘 부쩍 많이 들려요. 그런데 사 먹자는 말 끝에 대부분 "그래도 한 번은 모여야지"가 따라와요. 김치보다 모이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김장철이 되면 주말 저녁에 피곤한 얼굴로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하루 종일 배추를 버무리고 오셨대요.
허리가 아프다, 손이 빨개졌다 하시면서도 표정은 좀 뿌듯해 보이세요. 가끔 김치 한 통을 저한테 나눠 주시는 분도 계세요. 그 김치는 가게 마감하고 밥 먹을 때 정말 귀하게 먹어요.
손님들이 해 주신 말을 모아 봤어요.
첫째, 날짜는 일찍 정하세요. 가족 일정 맞추는 게 제일 오래 걸린대요.
둘째, 고무장갑과 앞치마는 넉넉히 챙기세요. 사람은 늘 생각보다 많이 와요.
셋째, 끝나면 꼭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세요. 그 한마디로 허리 아픈 게 반은 풀린대요.
김치는 사 먹을 수 있어도 모이는 날은 살 수 없어요. 올해도 다들 잘 모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