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인물을 봤어. 싸움판 한가운데서 퉁소를 꺼내 불어. 그러자 덤비던 놈들이 귀를 막고 무릎을 꿇어.
악기가 병기라고? 나는 처음에 이게 너무 우아한 척하는 설정인 줄 알았어.
이게 음공이야. 소리로 하는 무공이지.
사자후 얘기를 전에 적었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서 판을 끊는 거라고. 음공은 그걸 악기로 하는 거야.
퉁소, 거문고, 비파 같은 악기 소리에 내공을 실어. 그러면 그 소리가 듣는 사람 속을 흔들어. 내공이 약한 사람은 가락에 휘말려서 기운이 꼬여.
사자후가 한 번 크게 치는 거라면, 음공은 오래 감는 거야. 가락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흔드는 거지.
재밌는 건 가락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는 거야.
빠르고 날카로운 가락은 공격이야. 듣는 사람 심장이 같이 빨라져. 느리고 낮은 가락은 홀리는 쪽이야. 졸리고 멍해지게 해. 어떤 글은 맑은 가락으로 다친 기운을 다독이는 음공도 써.
그러니까 음공 고수는 곡을 고르는 게 곧 초식을 고르는 거야. 악보가 비급인 셈이지.
한 번은 객잔에 퉁소 든 손님이 왔어. 술 한 잔 시키더니 구석에서 조용히 불더라.
음공은 당연히 아니었어. 근데 이상하게 객잔이 조용해졌어. 떠들던 탁자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다들 평소보다 오래 앉아 있었어.
그때 알았어. 음공이 왜 무협에 있는지. 소리는 원래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거든. 무협은 그걸 조금 키운 것뿐이야.
무협에서 음공 쓰는 인물은 성격이 비슷해. 고고하고, 혼자 있고, 말이 적어.
악기 하나 들고 떠도는 사람이지. 싸움보다 연주를 좋아하는데 어쩌다 싸워야 해서 싸우는 거야. 그래서 음공 장면은 대개 좀 쓸쓸해.
악기 들고 싸우는 인물 중에 기억나는 놈 있으면 말해줘. 무슨 소리가 났을지 같이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