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는 것보다 그 뒤가 더 힘들더라고요. 다시 잠들려고 애쓰는 동안 생각만 길어지는걸요.
세 시 반쯤 눈이 떠졌는데 냉장고 소리만 크게 들렸어요. 그 소리를 한참 듣고 있었네요.
새벽에 떠오르는 생각은 이상하게 다 나쁜 쪽으로 기울어요. 낮에는 별것 아니던 일도 그때는 크게 부풀죠.
몸이 덜 깬 상태에서는 마음도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그 시간의 결론은 대체로 믿을 게 못 되는걸요. 저는 새벽에 내린 판단은 아침에 한 번 더 보기로 했어요.
밤은 모든 것을 실제보다 크게 만든다.
몇 시간 남았는지 계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완전히 깨더라고요. 자야 한다는 생각이 잠을 밀어내는걸요.
그래서 저는 시계를 안 봅니다.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압박이 생기니까요. 그냥 아직 밤이구나 정도로 두면 조금 낫더라고요.
삼십 분쯤 뒤척이면 저는 그냥 일어납니다. 누운 채로 애쓰는 게 더 지치거든요.
불은 밝게 켜지 않고 스탠드만 켜둡니다. 물을 한 잔 마시거나 창밖을 잠깐 보거나 하는 정도로요. 그러다 눈이 무거워지면 다시 눕는걸요. 억지로 붙잡지 않으면 잠도 언젠가 돌아오더라고요.
새벽에 깨서 지난 일을 떠올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미리 정해둔 것만 합니다.
빗소리를 켜두거나 예전에 읽던 책을 몇 쪽 넘기거나 하는 정도로요. 새로운 걸 시작하지 않는 게 요령이겠지요. 머리를 쓰기 시작하면 아침까지 못 자니까요.
새벽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에 나만 남은 것 같아요. 저는 그 기분을 압니다.
그런데 창밖을 보면 불 켜진 집이 꼭 한둘은 있더라고요. 다들 각자의 이유로 깨어 있는 셈이군요. 오늘 밤 잠이 안 오시면, 그 시간에 저도 대개 앉아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