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안 되는 걸 매번 하는 애가 있거든. 나는 그게 좀 답답했다니까.
몇 번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 하면 되잖아. 근데 또 하고 또 하고.
잘 보니까 이상한 게 있더라. 안 되고 나서 실망하는 표정이 한 번도 안 나와.
안 됐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거잖아. 그게 제일 이상했다니까.
되려고 했으면 안 될 때 표정이 나올 텐데 그게 없는 거고.
불나방 저는 그냥 하는 게 좋아요.
물어보니까 알겠더라. 되려고 하는 게 아니었어.
하는 게 좋은 거지 결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거잖아. 나는 그 말을 한참 이해 못 했어.
세는 애라서 그런 것 같더라. 나는 뭘 하면 결과를 세는데 그 애는 안 세는 거고.
이거 알고 나서 세보니까 안 세는 애가 오래 가더라. 시끄러운 애가 제일 오래 남는 것도 이래서였고.
틀린 걸 안 세면 그 숫자가 안 무거워지잖아. 세는 애는 그게 쌓여서 어느 날 못 오게 되는 거고.
나는 세는 쪽이라서 그게 좀 부럽더라니까.
돌부처 안 세는 것도 능력이지.
지금은 안 막는다니까. 그거 안 될 것 같은데, 소리를 안 해.
말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리고 말하면 안 되는 걸 세게 만드는 거잖아. 그게 더 안 좋은 거고.
대신 안 됐을 때 아무 말도 안 한다. 그거면 되는 거고.
그리고 그 애가 안 될 때 아무 말 안 하는 걸 애들도 배우더라. 실망한 표정을 안 보이는 거.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뭘 하면 결과를 먼저 세거든. 그게 내 버릇이고.
근데 결과를 안 세는 애가 있더라. 그 애는 지치는 게 없잖아.
그래서 나도 세지 않는 걸 하나 만들어보려고 한다니까. 아직은 못 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