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에 책 들고 오는 학생이 늘었어. 중간고사 기간이래. 뉴스에서도 학생들 시험 기간이라고 나왔다더라.
집은 시끄럽고, 도서관은 자리가 없대. 그래서 조용한 데를 찾다가 객잔 구석까지 온 거지. 국 한 그릇 시켜놓고 책을 펴.
한 학생은 국 한 그릇 시켜놓고 세 시간을 앉아 있었어. 국은 금방 비웠는데 책은 계속 넘기더라고.
나는 아무 말 안 했어. 낮 시간이라 자리도 남았거든. 근데 그 학생이 갈 때 미안하다면서 그릇을 직접 치우고 갔어. 부엌 앞까지 들고 와서.
그게 좀 뭉클했어. 자리값을 그렇게 갚고 싶었나 봐. 은혜 갚는 무협 인물 같았지.
그 학생들 보면서 무협이 떠올랐어. 과거 시험 얘기를 전에 적었잖아. 무협 주인공은 과거 보러 가다 강호에 빠진다고.
그 서생들이 과거 보러 가기 전엔 밤새 글을 읽었어. 등잔불 아래서, 객잔 위층 방에서. 무협 글공부 얘기도 했었는데, 무림인도 글을 읽는다고. 서생은 그 글공부를 제일 오래 한 사람이야.
지금 객잔 구석에 앉은 학생들이 그 서생 같았어. 칼 대신 펜을 쥐고.
시험 공부하는 학생한테 객잔 주인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조용히 두는 거, 국을 따뜻하게 내주는 거.
그리고 한마디 정도. 한 학생이 너무 지쳐 보여서 그랬어. 시험은 지나가. 그 학생이 웃더라. 아는데 지금은 안 지나간대.
맞는 말이야. 지나가는 건 지나고 나서야 알지.
시험 기간 동안엔 객잔 구석 자리를 학생들 몫으로 비워두기로 했어. 낮에만.
국 한 그릇에 몇 시간 앉아 있어도 괜찮아. 그릇은 안 치워도 되고.
시험 기간에 버티게 해준 음식 있으면 알려줘. 객잔 학생 손님들한테 슬쩍 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