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발표를 듣고 화장실에서 혼자 주먹을 쥐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는 이상하게 허전했다고요. 그 분은 행복했는데 왜 허전한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특별한 일 없는 일요일 아침,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문득 지금이 좋다고 느끼셨답니다. 그분은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고요. 두 분이 느끼신 것은 서로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기쁨과 행복은 둘 다 마음이 좋고 밝아지는 감정입니다.
웃음이 나고, 몸이 가볍고, 세상이 조금 괜찮아 보입니다. 좋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기쁨은 어떤 좋은 일 때문에 순간 솟아오르는 감정이고, 행복은 특정한 일과 상관없이 삶이 괜찮다고 느끼는 오래 깔린 상태입니다.
기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승진, 합격, 반가운 소식 같은 일이 있어야 솟아오릅니다. 그래서 기쁨은 강하고 짧습니다. 화장실에서 쥔 주먹이 그 크기였죠. 그리고 기쁨이 지나간 자리는 허전할 수 있습니다. 솟았던 만큼 내려오니까요.
기쁨과 즐거움, 반가움과 기쁨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행복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행복에는 꼭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빨래를 너는 평범한 아침에도 옵니다. 무엇이 생겨서가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행복은 조용하고 오래 갑니다. 솟지 않으니 내려오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기쁨을 행복이라고 부르시면 기쁨이 지나간 뒤의 허전함을 행복이 끝난 것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승진한 날 밤의 허전함이 그 오해였겠지요.
기쁨이라면 마음껏 누리고 지나가게 두시면 됩니다. 내려오는 것도 기쁨의 일부입니다.
행복이라면 그 아침이 어떤 조건에서 왔는지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좋은 마음의 크기를 잴 수 있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좋은 것은 같습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는지만 보시죠.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