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을 들으신 날은 잠도 잘 안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오히려 기분이 내려앉아 있었다고 하셨지요. 좋은 일이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하셨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전날 올라온 것의 이름이 기쁨이 아니라 들뜸이었을 뿐입니다.
들뜸은 파도입니다. 갑자기 올라오고 몸이 같이 반응합니다. 잠이 안 오고, 말이 많아지고, 가만히 못 있지요. 파도니까 반드시 내려옵니다. 내려올 때 원래 자리보다 아래로 가기도 합니다.
기쁨은 자리입니다. 크게 안 올라가는 대신 안 내려옵니다. 며칠 뒤에 떠올려도 여전히 따뜻하지요.
그래서 크기로는 못 가립니다. 들뜸이 훨씬 큽니다. 봐야 할 것은 크기가 아니라 다음 날입니다.
몸이 올라간 만큼 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들뜸은 에너지를 씁니다. 잠도 덜 자게 만들고요. 그러니 다음 날 내려앉는 것은 감정의 배신이 아니라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자주 잘못 읽습니다. 다음 날 가라앉은 것을 보고 그 좋은 일이 별것 아니었나 보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겁니다. 그건 순서가 틀린 판정입니다. 가라앉은 것은 사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몸의 회복 과정이지요.
지난 좋은 일을 두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다시 떠올리면 어떻습니까?
들뜸이었다고 손해가 아닙니다. 파도도 좋은 것이니까요. 다만 파도를 자리로 착각하면 안 남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됩니다.
둘은 서로 바뀌기도 합니다. 들뜸이 지나간 뒤에 기쁨이 남는 경우가 있지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일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 한 번 정리되는 것입니다.
승진 소식이 들뜸으로 끝나는 경우와 기쁨으로 남는 경우가 그렇게 갈립니다. 그냥 좋았다로 지나가면 파도로 끝나고, 무엇을 인정받은 것인지 한 줄이 정리되면 자리로 남습니다.
여기서 자주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들떠 있는 동안 그 정리를 하려고 하시는 겁니다. 그때는 안 됩니다. 파도 위에서는 글씨가 안 써지니까요. 며칠 지나 가라앉았을 때가 적기입니다.
기쁨 쪽이면 할 일이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니 꺼내 보시면 됩니다.
들뜸 쪽이면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내려올 것을 미리 알아두시는 것, 그리고 가라앉은 뒤에 그 일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 한 줄 적는 것입니다. 그 한 줄이 파도를 자리로 옮깁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며칠 전 좋았던 일을 오늘 한 번 떠올려 보시죠. 아직 따뜻하면 그건 남은 겁니다.
이름을 붙이면 크기를 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