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객잔 손님들 얘기에 이사가 자주 나와. 가을이 이사철이라고 하더라. 날이 선선해서 짐 나르기 좋대.
한 손님은 다음 주에 옮긴대. 다른 손님은 집 보러 다니느라 지쳤대. 뉴스에서도 이사 수요가 몰리는 철이라고 했다고.
그중 하나는 우리 단골이었어. 객잔에서 멀어지는 데로 간대.
마지막 날 그 손님이 늘 앉던 자리에 앉았어. 다 먹고 일어나기 전에 탁자를 손으로 한참 쓸더라. 아무 말도 안 하고.
나도 말을 안 걸었어. 그냥 마지막 그릇은 값을 안 받았어.
그날 무협 생각이 났어. 무협 문파는 자리를 거의 안 옮겨.
소림은 숭산, 무당은 무당산, 화산파는 화산. 무협에 나오는 산은 왜 다 진짜 있는 산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그게 담보라고. 문파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게 곧 문파가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래서 무협에서 문파가 산문을 떠난다는 건 큰일이야. 대개 둘 중 하나거든.
하나는 봉문. 문을 닫아걸고 강호 일에서 손을 떼는 거야. 이건 떠나는 게 아니라 안에 틀어박히는 쪽이지.
다른 하나는 멸문. 문파가 무너져서 남은 사람들이 흩어지는 거야. 이게 진짜로 산을 떠나는 경우지.
그러니까 무협에서 문파가 옮긴다는 건 이사가 아니라 사건이야. 평범한 이사는 없어. 그게 무협 문파의 무게고.
근데 사람은 달라. 무협에서도 사람은 계속 옮겨 다녀. 강호엔 원래 정착한 사람이 드물다고 전에 적었잖아.
사람이 옮기는 건 끝이 아니야. 자리는 남고 사람이 가는 거지. 그 단골도 떠났지만 그 자리는 여기 있어. 다음에 들르면 거기 앉으면 돼.
이사 가도 가끔 들러. 객잔은 안 옮기니까 여기 그대로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