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예전에 같이 배우던 사람들 얘기를 하는데, 첫 이름은 대다가 두 번째부터 막히더라고.
몇 년 안 봤대. 딱히 사이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다는 거야.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동문이라는 관계가 평생 가.
같은 사부한테 배운 사람들이야. 사형 사제 사매. 헤어져서 십 년을 안 봐도 다시 만나면 그 관계가 그대로 살아 있어.
무협 사부는 왜 아버지보다 세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사문이 학교가 아니라 집이라서 그렇다고. 집은 안 다녀도 집이잖아.
여기가 핵심이야. 왜 안 끊기냐면 호칭이 남아 있어서야.
십 년 만에 만나도 사형은 사형이고 사제는 사제야.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안 고민해도 돼. 그러니까 다시 말을 붙이기가 쉽지.
세 번째가 커. 오래 안 봐도 설명할 게 없어.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
몇 년 지나고 나면 뭐라고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대. 그동안 왜 연락 안 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고, 갑자기 연락하면 뭔가 부탁하려는 줄 알까 봐 걱정되고.
관계에 이름이 안 붙어 있으니까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지. 절교 얘기를 전에 했잖아. 끊은 것도 아니고 이어진 것도 아닌 상태. 그게 여기서도 그대로야.
한쪽으로만 몰지는 않을게. 동문이라는 게 부담이기도 했어.
사형이 사고를 치면 사제도 얽혀. 문파가 어디랑 붙으면 다 같이 나가야 하고. 뒷배 얘기를 어제 했잖아. 지켜주는 만큼 묶인다고. 안 끊긴다는 건 못 끊는다는 뜻이기도 해.
그래서 무협에서 사문을 나오는 인물이 그렇게 자주 나오는 거고.
그 손님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다 세지 말고 이름 하나만 대보라고.
한 명이면 연락할 수 있잖아. 여럿을 한 번에 되살리려니까 못 하는 거지. 무림에서도 동문 전체를 다시 모으는 일은 큰일이었어. 대개는 한 사람씩 만났고.
약조 얘기를 어제 했잖아. 날만 박아두면 굴러간다고. 이것도 비슷해. 한 사람만 정하면 그거부터는 굴러가.
이름이라도 하나 말해봐. 어디까지 기억나는지부터 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