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지켜야 할 게 몇 개인지 손가락으로 세더라고. 열을 넘기니까 그만두더라.
다 지키기가 벅차다는 거야. 어긴 것도 아닌데 지쳐 있었어.
단골 얘기로는 요새 그렇대. 규칙이 계속 늘어난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강호 불문율 얘기를 전에 했잖아. 강호엔 적힌 게 없다고.
그건 강호 얘기고, 문파 안에는 적힌 게 있어. 그게 문규야. 문파의 규칙이지. 벽에 걸어두거나 처음 들어올 때 외우게 해.
이런 식이야. 그런데 잘 보면 개수가 많지 않아. 대개 열 개 안쪽이야.
여기가 핵심이야. 문규가 왜 짧냐면, 길면 아무도 안 지키거든.
무협에서 문규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 다 외울 수 있는 분량이야. 그래서 어겼는지 아닌지가 바로 판정이 돼. 다투지 않지.
반대로 길면 어떻게 되냐. 아무도 다 못 외우니까 결국 그때그때 윗사람이 정하게 돼. 그러면 적힌 규칙이 있으나 마나야. 규칙이 많아지면 규칙이 아니라 눈치로 돌아가는 거지.
이걸 알고 보면 재밌어. 무협에서 규칙이 유난히 많은 문파가 나오면 그건 신호야.
안에서 사람이 눌려 있거나, 윗사람이 그걸로 아랫사람을 잡고 있거나. 금제 얘기랑 결이 비슷해. 힘을 묶어두는 게 벌로 쓰이는 것처럼, 규칙도 그렇게 쓰일 수 있거든.
그러면 대개 그 문파에서 누가 나와. 파문당하거나 스스로 나가거나. 규칙이 많은 문파에서 주인공이 나오는 게 이 장르의 흔한 시작이야.
여기서 균형을 좀 잡을게. 규칙이 나쁜 게 아니야.
문규가 있어서 좋은 것도 분명해. 뭘 하면 안 되는지가 적혀 있으면 눈치를 안 봐도 되잖아. 강호에서 신참이 헤매는 게 안 적혀 있어서라고 내가 전에 말했지. 적혀 있는 게 오히려 편한 자리도 있어.
문제는 개수가 아니라 왜 그게 있는지를 아무도 모를 때야. 무협에서 오래된 문규는 대개 유래가 붙어 있어. 옛날에 이런 일이 있어서 이걸 만들었다는 식으로. 유래를 알면 열 개도 안 무거워.
그 손님한테 나는 이렇게 말했어. 다 세지 말고 세 개만 골라보라고.
지금 제일 걸리는 거 세 개. 그거 왜 있는 건지 아는 게 몇 개인지. 대개 하나나 둘은 이유를 모르더라고. 이유를 모르는 규칙이 제일 무거워.
뭐가 제일 걸리는지 하나만 말해봐. 그거부터 갈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