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어떤 문파 사람을 만나려면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내가 되물었어. 그랬더니 산까지 가야 하냐고 하더라고.
안 가도 돼. 문파는 산 밖에도 자리를 둬. 그게 분타야.
먼저 구조부터. 문파는 대개 산에 있어. 은거고수가 산에 사는 게 숨는 게 아니라 값을 올리는 거라고 내가 전에 말했는데, 문파도 비슷해.
그런데 산에만 있으면 아무 일도 못 해. 소식도 안 오고, 사람도 안 오고, 돈도 안 벌려. 그래서 도시마다 자리를 하나씩 둬. 그게 분타고, 거기 앉은 사람이 분타주야.
여기가 재밌어. 분타는 도장이 아니야. 사무소에 가까워.
소식을 모으고, 돈을 관리하고, 문파 사람이 그 지역에 오면 재워주고, 밖에서 시비가 붙으면 나가서 수습해. 무림인은 뭘로 먹고사나 얘기를 했잖아. 그 먹고사는 일의 상당 부분이 분타에서 굴러가.
개방이 정보를 다 쥔다는 것도 이 구조 덕이야. 거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그게 분타 노릇을 하는 거지. 그물이 촘촘하니까 소식이 빨라.
인물들이 서로 만나는 데가 어디냐면 산이 아니야. 객잔 아니면 분타야.
주인공이 산에서 내려온다고 했잖아. 내려와서 제일 먼저 가는 데가 분타야. 거기서 임무를 받고, 사람을 만나고, 사고를 치지.
본산은 시작과 끝에만 나와. 중간은 거의 다 밖이야. 그러니까 분타를 알면 이야기가 어디서 굴러가는지가 잡혀.
이게 갈등의 씨앗이 돼. 분타는 밖에 있으니까 본산 사정을 잘 몰라.
밖에서는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본산은 명분을 따져. 그래서 분타주가 알아서 처리한 일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 전개가 자주 나와. 장문인은 대표고 장로는 살림이고 호법은 무력이라고 어제 말했는데, 분타주는 그 셋이랑 또 다른 축이야. 거리가 멀어서 생기는 어긋남이지.
하나 더 알아두면 좋은 게 있어. 분타가 몇 개냐가 곧 그 문파 크기야.
무공이 세다고 큰 문파가 아니거든. 어디까지 손이 닿느냐가 세력이지. 그래서 작품에서 어떤 문파가 세다는 걸 보여줄 때 분타 얘기를 흘려. 이 지방에도 저 지방에도 있다는 식으로.
거꾸로 몰락한 문파는 분타부터 접어. 본산은 남아 있는데 밖에 자리가 없으면 그건 이미 끝난 거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객잔이나 하는 놈이잖아. 그래서 분타 얘기가 남 일 같지가 않아.
산에서 도 닦는 사람들 얘기보다 밖에서 살림하는 사람들 얘기가 나는 더 재밌어. 밥값 계산하고 소식 정리하고 시비 붙은 거 수습하고. 그게 진짜 강호를 굴리는 일이거든.
어느 문파가 어디에 자리를 뒀는지 궁금하면 말해봐. 그거 파보면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