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인 나오면 다들 제일 센 사람인 줄 알잖아.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
무협 좀 보다 보면 이상한 걸 발견해. 문파에서 제일 강한 놈이 장문인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거든.
태상장로라는 더 늙고 더 센 양반이 뒤에 앉아 있고, 장문인은 그 앞에서 살림을 하고 있어. 처음 볼 땐 이게 뭔가 싶었어. 센 놈이 위에 앉는 게 무림 아니었냐고.
근데 아니더라고. 무공은 개인 실력이고 장문인은 자리야. 이 둘이 원래 안 겹쳐.
장문인이 실제로 하는 일을 세어보면 이래.
싸움은 세 번째쯤에 겨우 나와. 그러니까 장문인은 무공이 제일 센 사람이 아니라 바깥에 내보낼 얼굴인 거지.
객잔에서 옆자리 사내가 어느 문파 장문인 욕을 한참 하더라고. 근데 그 문파 제자가 문 열고 들어오니까 바로 입을 다물어. 장문인 얼굴이 문파 얼굴이라는 게 딱 그거야.
이게 이해되면 무협 문파 구조가 갑자기 단순해져.
제일 센 양반은 폐관에 들어가 있거나 산에 처박혀 있어. 그 사람은 문파를 지키는 마지막 패고, 아껴둬야 하는 거지. 매번 끌고 나와서 협상장에 앉힐 수가 없어.
그래서 앞에는 말이 통하고 판단이 되는 사람을 세워. 그게 장문인이야. 전력을 아끼려고 만든 자리라고 보면 편해.
거꾸로 말하면, 장문인이 직접 검을 뽑는 장면이 나오면 그건 이미 상황이 아주 나빠졌다는 뜻이야. 이야기에서 그 장면 위치가 괜히 뒤쪽인 게 아니거든.
호칭이 겹쳐서 헷갈리기 딱 좋아. 정리하면 이래.
여기서 중요한 건 셋 다 사부는 아닐 수 있다는 거야. 사부는 나를 직접 가르친 사람이고, 장문인은 조직의 대표야. 이게 갈리는 순간 항렬 얘기가 확 쉬워져.
나도 이거 헤매느라 초반에 인물표를 세 번은 다시 그렸어. 근데 한 번 잡히니까 그다음부터는 문파 나와도 안 무섭더라.
장문인 나오면 이렇게만 보면 돼. 제일 센 사람이 아니라 제일 많이 책임지는 사람.
그래서 무협에서 장문인 자리가 비면 문파가 흔들리는 거야. 강한 놈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밖에 나갈 얼굴이 없어진 거거든. 그 장면이 나오면 이제 딴 게 보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