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돌아가며 소개하는 자리를 앞두고 종이에 뭘 적었다 지웠다 하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자기소개가 어려운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많아서예요.
뭘 말해야 좋게 보일지, 뭘 빼야 재수 없지 않을지를 동시에 계산하니까 첫 문장이 안 나와요. 저도 가게를 열고 나서 소개할 일이 많아졌는데 한참 그랬어요.
그러다 알았어요. 사람들이 자기소개에서 기억하는 건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편해 보였는지더라고요.
가게에서 처음 뵙는 손님들이랑 말을 트다 보니 이 순서가 편했어요.
세 번째가 제일 힘이 세요. 앞의 둘은 다들 비슷하게 말하는데, 세 번째에서 사람이 보이거든요. 커피 좋아한다든가, 요즘 매일 걷는다든가요.
이건 확실해요. 짧은 소개가 항상 이겨요.
길게 말할수록 듣는 쪽은 기억을 못 해요. 오히려 짧게 끝내시면 궁금해서 뒤에 물어봐요. 그때부터가 진짜 대화예요. 자기소개는 대화의 시작이지 대화가 아니에요.
저는 이제 가게에서 처음 뵙는 분한테 길게 말 안 해요. 여기 사장이라고만 하고 나머지는 물어보시면 답해요. 그게 서로 편하더라고요.
이 둘 사이에서 많이들 헤매세요.
자랑하면 재수 없을까 봐 낮추고, 낮추면 초라해 보일까 봐 다시 올리고요. 그러다 문장이 이상해져요.
저는 사실만 말하는 쪽으로 정했어요. 잘한다 못한다를 붙이지 않고 그냥 뭘 하는지만요. 판단은 듣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제가 미리 붙일 필요가 없더라고요.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면 어려운데, 지금 하는 일을 말하면 쉬워져요.
이건 실용적인 얘기예요.
즉석에서 만들려니까 어려운 거지, 한 줄만 미리 정해두시면 어디서든 써요. 저는 모임에 나갈 일이 있으면 가는 길에 한 번 소리 내어 말해봐요. 입에 붙으면 그 자리에서 안 떨려요.
그리고 그날 분위기에 맞춰 마지막 한 가지만 바꾸시면 돼요. 앞의 두 줄은 매번 같아도 아무도 몰라요.
늘 막히는 부분이 어디신지 말씀해주시면 같이 한 줄 만들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