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석의 손님이 알림이 울릴 때마다 책을 덮으셨습니다. 답장을 쓰고, 다시 책을 펴고, 또 알림이 울리고. 한 시간 동안 다섯 쪽을 넘기셨죠. 나가시며 웃으셨습니다. 답을 안 하면 계속 마음이 쓰여서요.
상대를 기다리게 하는 게 미안합니다. 늦게 답하면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죠. 답을 미루면 머릿속에 남습니다. 할 일 목록에 하나가 계속 걸려 있는 느낌이더군요. 빨리 답하는 게 성실함 같습니다. 일터에서 그렇게 배운 분들이 많죠. 상대 반응이 궁금합니다. 앞서 미움받을까 불안한 마음을 적었는데, 늦으면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앞서 답장 미루는 습관을 다룬 글이 있는데, 이건 그 반대편의 어려움입니다. 둘 다 메시지에 끌려다닌다는 점에서는 같죠.
집중이 끊깁니다. 그 손님처럼, 한 가지 일을 오래 붙들 수가 없죠. 상대도 그 속도를 기대합니다. 늘 바로 답하면, 조금만 늦어도 무슨 일 있냐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제 시간이 남의 시간에 맞춰집니다. 하루가 알림 소리로 잘게 쪼개지죠.
앞서 SNS 보고 나면 지치는 이유를 적으며 시장의 파리들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의 소란에서 벗어나 고독의 시간을 지키라고 했죠.
또 앞서 니체 느리게 읽기를 적었는데, 니체는 무엇이든 서두르는 시대를 경계했습니다. 하루를 알림에 맡기면, 무엇도 천천히 곱씹을 틈이 없게 되죠.
부르는 소리마다 달려가는 자는 제 자리에 앉아 있을 틈이 없다. 잠시 문을 닫아 두어도 세상은 기다려 준다.
답하는 시간을 정하십시오. 한 시간에 한 번, 혹은 일이 끝난 뒤에 몰아서요. 알림을 잠시 끄십시오. 책을 읽거나 일할 때만이라도요. 급한 일은 전화로 하자고 정해 두십시오. 그러면 메시지는 늦어도 괜찮다는 약속이 생기죠. 조금 늦게 답해 보십시오. 대부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다음에 오셨을 때 그 손님은 휴대폰을 사물함에 넣고 오셨습니다. 한 시간 뒤에 꺼내 봤더니 급한 건 하나도 없었다고요. 그날은 서른 쪽을 넘기셨다고 하시더군요.
메시지는 앞으로도 쉼 없이 올 겁니다. 그래도 저는 부르는 소리마다 달려가지 않고, 제 시간에 머무는 법을 하루씩 연습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