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을 설명하시면서 목소리가 커졌다가 마지막에 사실관계만 다시 짚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두 마음이 같이 있었던 겁니다. 한 자리에서 둘 다 오는 일은 흔하더군요.
분함과 억울함은 둘 다 그 일이 그대로 넘어가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둘 다 잠이 안 오고, 둘 다 몇 번씩 되짚게 됩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서운함과 억울함도 이 근처에서 갈렸죠. 그러면 이 둘은 무엇이 갈릴까요?
앞에 오는 것이 화냐 사실이냐입니다.
분함은 그 일을 떠올리면 화가 치미는 상태입니다.
대접을 못 받았거나, 무시당했거나, 당할 이유가 없었죠. 감정이 먼저 옵니다. 그래서 분함은 말하면 목소리가 커집니다.
분함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듭니다. 감정이라 가라앉는 쪽이니까요.
억울함은 사실이 다르게 정리된 상태입니다.
내가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됐거나, 했는데 안 한 것으로 됐거나요. 감정보다 어긋난 기록이 먼저입니다.
억울함은 시간이 지나도 안 잦아듭니다. 사실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바로잡히기 전까지는 계속 걸립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화를 내는 것입니까, 바로잡는 것입니까?
둘 다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순서를 정하셔야 하겠지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억울한 일을 화가 난 채로 말하면 듣는 쪽에서는 감정으로 받습니다. 그러면 사실이 안 전해지죠. 오히려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판정이 붙고요.
그래서 억울함이 섞여 있을 때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사실을 먼저 정리하고 감정은 나중에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분함 쪽이면 할 일은 어디든 털어놓는 것입니다. 감정은 나가면 줄어듭니다.
억울함 쪽이면 할 일은 화를 내는 게 아닙니다. 어긋난 사실을 한 줄씩 적어두는 것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적어두면 나중에 바로잡을 기회가 왔을 때 쓸 수 있습니다. 기억만으로는 약하니까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넘어가지지 않는 것은 같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