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음 표시는 떴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니까 마음이 이상해지더군요.
제가 보낸 걸 세 번 다시 읽었어요. 어느 대목이 잘못됐나 찾고 있었던 겁니다.
답이 없다는 건 아무 정보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저는 그냥 두지를 못해요. 뭐라도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채워 넣는 건 대개 제일 나쁜 쪽이더라고요. 좋은 쪽으로 채우는 법을 잘 모르는걸요.
우리는 침묵을 견디지 못해서, 그 안에 가장 무서운 말을 스스로 적어 넣는다.
돌아보면 그런 적이 여러 번입니다.
지나서 답이 오면 회의 중이었다거나 폰을 두고 나갔다거나 하는 얘기예요. 제가 그 몇 시간 동안 그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매번 그런데도 다음번에 또 그리고 있더군요.
한동안은 제가 사람을 못 믿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다르더라고요. 그 사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제가 미움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웠어요. 그러니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 사람 얘기가 아니라 저에 대한 얘기였던 셈이군요.
그래서 요즘은 이 말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지금은 아직 아무 말도 없었다고요. 나쁜 말도 없었고 좋은 말도 없었습니다. 뜻은 제가 붙인 거고, 제가 붙인 건 제가 뗄 수도 있는걸요.
이걸 말한다고 마음이 바로 놓이지는 않아요. 다만 그리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더라고요.
가만히 기다리면 계속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폰을 엎어두고 뭘 하나 합니다. 설거지든 산책이든 상관없어요. 손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덜 그려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 답이 오고요.
물론 끝내 답이 안 오는 경우도 있지요.
그건 그것대로 서운합니다. 다만 그때도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고요. 사정을 모르는 채로 남는 일이 사는 동안 꽤 많은걸요.
오늘 답을 기다리며 나쁜 쪽부터 그리고 계셨다면, 아직 아무 말도 없었다는 것만 기억하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