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딴 반에서 우리 동아리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자기 친구가 하는 얘기였대.
나는 좀 궁금해서 뭐라고 하더냐고 물어봤거든.
들어보니까 우리 방이 장소로만 나왔더라. 어디 삼 층에 그런 데가 있다더라, 이 정도야.
누가 있는지는 안 나왔대. 사람 얘기는 하나도 없었던 거잖아.
나는 그게 좀 이상했다니까. 우리는 매일 사람 얘기만 하는데 밖에서는 장소인 거고.
불나방 저희 얘기는 안 하고요?
그러니까 그 얘기에서 우리는 배경이었던 거잖아. 그 애 얘기가 주인공이고 우리 방은 뒤에 있는 거고.
나는 늘 내가 보는 쪽이었거든. 어른들 보고 애들 보고 세고 다녔잖아.
근데 남 얘기에서는 내가 배경인 거였어. 그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니까.
이상한 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 오히려 좀 괜찮았어.
사람 얘기가 안 나왔다는 건 아무도 이름이 안 돌았다는 거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거고.
방에서 나온 말은 방에서 끝낸다고 정해놨는데 그게 지켜지고 있는 거라니까.
돌부처 장소로만 도는 게 제일 낫지.
생각해보면 그게 제일 나은 형태더라. 그런 데가 있다는 건 알려지고 누가 있는지는 안 알려지는 거.
그래야 처음 오는 애가 부담 없이 오잖아. 누구누구 있는 데라고 알려지면 못 오는 애가 생기고.
우리가 안 적어둔 규칙 중에 하나가 그거였던 셈이라니까.
그리고 그 얘기를 한 애가 우리 방에 온 적도 없더라. 와본 적 없는 애가 옮긴 거잖아.
그러면 밖에서 보이는 만큼만 도는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밖에서 우리가 어떻게 도는지도 몰랐거든. 물어볼 데도 없었고.
근데 친구가 옮겨줘서 한 번 들은 거잖아. 그게 딱 한 번이고.
배경으로 도는 게 제일 조용한 거더라. 그러면 그냥 두면 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