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귀향 잘 다녀오세요"라는 현수막을 보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이삿짐을 싣고 가던 길이었다고요. 그래서 웃음이 났답니다. 그 현수막이 말하려던 것은 귀성이었고, 정작 귀향은 그 분의 길이었으니까요.
귀성과 귀향은 둘 다 고향 쪽으로 가는 일을 가리킵니다.
차가 막히고, 짐을 싣고,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며 갑니다. 가는 방향이 같으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귀성은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고, 귀향은 떠나 살던 사람이 고향으로 아주 돌아가는 것입니다.
귀성은 명절 같은 때에 부모님이나 어른을 뵈러 고향에 가는 것입니다.
며칠 지내고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귀성에는 늘 돌아오는 길이 짝으로 붙어 있습니다. 귀성길이 막히면 며칠 뒤 귀경길도 막히죠. 휴게소의 현수막이 말한 길은 이쪽이었습니다.
귀향은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사는 것입니다.
돌아올 날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짐도 며칠 치가 아니라 살림 전체입니다. 그 분의 이삿짐이 그랬습니다. 귀향에는 짝이 되는 돌아오는 길이 없습니다. 그 길로 삶의 자리가 옮겨지니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현수막 문구는 귀성이라고 적는 것이 정확했습니다. 귀향이라고 쓰면 모두가 이삿짐을 싣고 가는 것처럼 읽히겠지요.
귀성이라면 돌아오는 날까지 함께 계획하시면 됩니다. 가는 길만큼 오는 길도 막힙니다.
귀향이라면 가는 길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소를 옮기고, 새 생활을 꾸리는 일이 그 뒤에 이어집니다. 같은 고향 가는 길이라도 이름에 따라 챙길 것이 다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것은 같습니다. 돌아올 날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