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가시는 책을 가방에 얼른 넣으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볼까 봐 그러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시더군요. 무슨 대단한 책도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일에는 위험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취향은 곧 나입니다. 어떤 책이 좋다고 말하면 그 책에 대한 평가가 나한테도 옵니다. 그래서 책을 웃으면 내가 웃긴 게 되죠. 이걸 한 번 겪으면 그다음부터 조심하게 됩니다.
앞서 웃어넘기는 버릇을 적었는데, 그때 웃고 넘긴 것 중에 내 취향이 있었으면 더 그렇습니다.
제가 서가에서 보는 것만 적겠습니다.
가볍다고 여겨지는 것. 만화, 로맨스, 장르소설이 여기 많이 걸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시면서 빌릴 때 표지를 가리시죠. 나이와 안 맞는다고 여기는 것. 어른이 그림책을 빌리시거나 청소년 책을 빌리실 때요. 아이 것이라고 먼저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것. 이게 오히려 더 깊이 숨겨집니다. 조금 좋아하는 건 말할 수 있는데, 정말 좋아하는 건 걸린 게 많아서 못 꺼내시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의 평가가 안 들어오니 좋아하는 게 순수하게 남죠. 설명할 일이 없습니다. 왜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답을 안 해도 되고요. 이게 피곤한 분들이 분명히 계십니다.
같이 좋아할 사람을 못 만납니다. 이게 제일 큽니다. 취향은 말해야 만나지거든요. 앞서 도서관 독서모임 드는 법을 적었는데, 그 자리가 성립하는 건 다들 말하기 때문이죠.
추천을 못 받습니다. 뭘 좋아하시는지 모르면 저희도 못 골라드립니다. 앞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이 부담될 때를 적었는데, 반대쪽에서는 이 문제가 생깁니다.
스스로도 흐려집니다. 말로 꺼내지 않은 취향은 나한테도 점점 안 보이게 됩니다.
전부 밝히시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한 사람한테만 말하십시오. 앞서 자기 얘기를 안 하는 성격에서도 같은 말씀을 드렸는데,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좋아한다는 말 대신 재미있었다고 하십시오.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나를 거는 말이 아니니까요. 사서한테는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저희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수백 권이 나가는데 그중에 이상한 취향은 없더군요.
취향을 숨기면 안전하다. 다만 그 취향이 데려다줄 사람들도 같이 못 만난다.
지금은 표지를 위로 해서 들고 나가십니다.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 제가 압니다. 그래서 새로 들어오면 빼두죠. 말씀해주신 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