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글날은 금요일이라 금·토·일 사흘 연휴가 됐어요. 연휴를 앞둔 저녁, 카운터에서 들리는 계획 얘기가 좀 의외예요. 멀리 떠나겠다는 분보다 동네에 머무르겠다는 손님이 더 많거든요.
연휴 전날 밤, 단골 한 분이 들어오시면서 그러셨어요. "이번 연휴엔 아무 데도 안 가고 여기서 책 세 권 읽을 거예요."
그러고는 가방에서 진짜로 책 세 권을 꺼내 보여주셨어요. 사 놓고 못 읽은 책들이래요. 사흘 동안 하루 한 권씩이 목표래요. "가게 문 열죠?" 하고 몇 번이나 확인하셨어요. 저는 연휴에도 문을 연다고, 그 창가 자리는 비워 두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연휴를 앞두고 들르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비슷해요.
세 번째 얘기가 제일 많아요. 지난 명절 연휴엔 이동하고 챙기느라 쉬지를 못하셨대요. 그래서 이번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계획이래요.
저도 연휴 준비를 해요. 이런 연휴엔 평소보다 일찍 오셔서 오래 앉아 계시는 분이 많거든요. 원두를 넉넉히 받아 두고, 오래 앉아 계셔도 편하게 창가 쪽 의자 쿠션을 새로 바꿨어요.
한글날이라 메뉴판 아래에 우리말 설명을 몇 줄 더 붙여 볼까 해요. 지난번 한 손님이 메뉴 이름을 우리말로 지어 보자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요.
손님들 얘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들이에요.
첫째, 아무 데도 안 가도 괜찮아요. 쉬는 게 목적이면 집 근처가 제일 편해요.
둘째, 하루에 하나만 하세요. 영화 한 편, 산책 한 번, 책 한 권. 그 정도면 충분해요.
셋째, 마지막 날 저녁은 비워 두세요. 다음 주를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월요일이 덜 무거워요.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쉬느냐가 남아요. 이번 연휴, 마음 편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