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나갔다가 동네 게시판 앞에 잠깐 섰습니다. 붙어 있는 게 전부 인쇄물이더군요.
공지문이랑 안내장뿐이었어요. 손으로 쓴 쪽지가 하나도 없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사 왔을 때는 손글씨가 늘 몇 장 붙어 있었어요.
고양이를 찾는다는 쪽지, 과외를 구한다는 쪽지, 이사 가면서 가구를 그냥 드린다는 쪽지 같은 것들요. 삐뚤빼뚤한 글씨에 전화번호를 잘라놓은 것들이었네요.
손으로 쓴 것은 언제나 조금 부족하다. 그 부족함이 사람의 흔적이 된다.
그 자리에 압정 자국이 여러 개 있더라고요.
구멍만 남고 종이는 없습니다. 붙였다가 뗀 자리인 겁니다. 뭐가 있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지요.
다음 날 이웃 아주머니를 만나서 그 얘기를 했어요.
아주머니는 진작 아셨더군요. 요새는 아무도 안 붙인다고, 붙여봐야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그 앞에 서서 읽는 분들이 있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부끄러운 건 이겁니다.
저는 그게 없어진 걸 몇 달 동안 몰랐어요.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요. 있을 때는 안 읽고 지나가다가 없어지고 나서야 알아챈 셈이군요.
물론 그 일들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고양이를 찾는 일도 가구를 나누는 일도 지금은 다른 데서 하시겠지요. 더 빠르고 더 멀리 갑니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다만 그러면 그 일들이 동네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옆집 사람이 뭘 찾고 있는지를 이제는 모르게 되는걸요.
게시판의 손글씨는 대개 부탁이었습니다.
누가 뭘 잃어버렸고 누가 뭘 구하고 있다는 얘기요. 그게 붙어 있으면 이 동네에 어떤 사정들이 있는지가 어렴풋이 보였어요. 지금은 공지만 붙어 있으니 부탁은 안 보입니다.
없어진 걸 아쉬워만 하는 것도 좀 그래서요.
다음에 나눌 게 생기면 한 장 써서 붙여볼까 합니다. 아무도 안 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압정 자국 위에 종이가 한 장 올라가는 건 되니까요.
오늘 동네 게시판 앞을 지나셨다면, 한 번쯤 서서 읽어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