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는 첫 줄만 넘기면 반은 쓴 거예요. 잘 쓰려고 하니까 막히는 거라서, 첫 줄은 그냥 이름이나 날씨로 시작하셔도 괜찮아요. 받는 사람은 문장보다 손글씨를 먼저 읽거든요.
어느 밤에 창가 자리 손님이 편지를 쓰고 계셨어요. 테이블 위에 구겨진 편지지가 세 장 쌓여 있었어요.
물을 채워 드리러 갔더니 네 번째 장에 딱 한 줄이 적혀 있었어요. "잘 지내?" 손님이 그걸 보시고 한참 웃으셨어요. 세 장 동안 멋진 첫 문장을 찾다가, 결국 제일 흔한 말로 돌아오셨대요. 그다음부터는 금방 쓰시더라고요.
카운터에서 보면 이유가 대개 비슷해요.
세 번째가 제일 커요. 편지 한 장이 그동안의 공백을 다 메워야 할 것 같으니까 펜이 안 움직여요.
첫째, 연습장에 먼저 써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을 한 줄씩만 적고, 그중 세 개만 고르세요.
둘째, 첫 줄은 이름이나 요즘 날씨로 시작하세요. "요즘 저녁이 쌀쌀해졌어" 같은 말이면 충분해요.
셋째, 끝은 부탁이나 약속으로 맺지 마세요. "밥 한번 먹자"보다 "네 생각이 나서 썼어"가 받는 사람 마음을 덜 무겁게 해요.
틀린 글자는 두 줄 긋고 이어 쓰셔도 돼요. 오히려 그 자국에서 쓴 사람이 보여요.
편지를 받은 손님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친구한테 손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난대요. 대신 글씨가 삐뚤어졌던 거랑, 커피 자국이 한쪽에 묻어 있던 건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문장을 다듬는 데 너무 오래 쓰지 마세요. 손으로 썼다는 게 이미 할 말의 대부분이에요.
잘 쓴 편지보다 보낸 편지가 이겨요. 첫 줄은 서툴러도 괜찮아요.